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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논단/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 편집국
  • 등록 2022-02-02 20:41:58
  • 수정 2022-02-03 08: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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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은 태양과 같다. 가까이 가면 타죽고 멀리하면 춥다.

천봉 석종현논단/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권력은 태양과 같다. 가까이 가면 타죽고 멀리하면 춥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남편인 레트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리자 쓰러져서 울다가 고향인 ‘타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하며 일어선다. 이때 나온 대사가 바로 그 유명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이다. 

사실, 어제 뜬 태양과 오늘의 태양이 뭐가 다르겠는가? 태양은 인간이 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거기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세상 모든 게 그렇듯 태양도 자연의 섭리대로 365일을 똑같이 뜨고 질 뿐이다.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이 다르다면 정말로 지구가 큰일 날 일 아닌가? 그러나 인간은 매일 똑같이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2022년 임인년이 이미 시작된지 3일이 경과 되었다. 그런데 새해 벽두에는 누구나 가슴 가득 푸른 꿈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며 이 악물고 2년을 버텼건만, 또 기약 없는 코로나 3년째를 맞이한 허탈감 탓이다. 뒤죽박죽 고무줄 방역 탓에 지난 2년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희망을 압도한다. 걱정거리는 코로나만이 아니다. 코로나는 그래도 ‘언젠가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라도 있지만, 삼류 정치는 국민의 상심과 체념만 증폭시킨다. 동원된 여론을 앞세운 거대 여당의 국정폭주는 ‘이 나라가 자유민주공화국인가’ 하는 회의를 키운다. 날림 출범한 공수처가 1년 내내 야당과 민간인만 파헤친 대목에서 의심은 확신으로 기운다.

무지·무능·무소신의 야당은 막장 정치의 조연이자 공범이 됐다. 자리 보전과 여론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나라 미래를 잠식한 책임은 여당 못지않다. 이러니 구조적 국가 난제들이 해결은커녕 악화일로다. 국고는 바닥 나고 연금은 파국이 예고됐다. 가계와 기업 부채도 급증세다. 부동산 폭등은 극심한 양극화를 불렀고, 취업시장에선 젊은이들의 한숨소리가 드높다.

코로나와 ‘나쁜 정치’의 쓰나미가 이토록 가혹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맥박은 아직 힘차고 숨결은 여전히 뜨겁다. 그 최전선에 세계 최강 규제와 간섭을 헤치고 수출전선에서 맹활약 중인 기업들이 뛰고 있다. 혁신과 열정으로 무장한 수출기업들은 올해 교역순위를 8위로 한 계단 더 도약시키며 코로나 위기의 버팀목이 됐다. 소프트산업의 활약도 상상을 초월한다. ‘미나리’ ‘오징어게임’, BTS 블랙핑크 등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K컬처는 당당히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글로벌 플랫폼의 대변화에 힘입은 이런 성과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자로서 손색없음을 입증했다.

거대한 변화를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든든하다.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에서 30대 임원이 4명이나 나왔고, 현대코퍼레이션에선 해외법인 7곳 중 4곳을 30대 법인장이 이끌며 ‘매출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직 실력만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한 MZ세대의 등장은 ‘철밥통 투쟁’에 열중해온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새로운 차원의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이렇게 위협인 적이 없다”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신년사 그대로다.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디지털·환경·노동 신(新)통상규범 정립도 가속도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허창수 전경련 회장) 한다. “전통산업이 혁신하고, 신산업이 태동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손경식 경총 회장)도 필수다.

 그런 점에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는 ‘퇴행이냐, 미래냐’를 결정하는 기로다. 포퓰리즘과 기회주의가 판치는 전례 없는 ‘비호감 선거’라지만, 그 역시 현명한 국민에게 부여된 숙명이다. 일류로 전진하는 나라의 뒷덜미를 잡는 저급한 정치를 지켜보며 분노와 체념만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요설을 막아내고 공정과 시장의 가치를 바로세우며 생산적 선거판을 만들어내는 중차대한 역할도 오롯이 국민 몫이다.

이미 일정한 성공도 거뒀다. 이단적 정책에 대한 국민 저항이 거세지자 주요 후보들이 일제히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외친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변경을 약속했으며, 여당 후보까지 탈원전 정책 폐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공정과 정의의 적이 누구인지, 여론몰이를 앞세운 반(反)민주주의자가 누구인지 유권자의 밝은 눈으로 가려내야 한다.

고통스러웠던 지난 한 해는 한국의 저력이 확인된 시간이기도 했다. 코로나 위기를 이나마 지탱해낸 것은 이름 없는 의료진의 영혼을 갈아넣는 사투와, 자영업자를 위시한 성숙한 국민들의 헌신이었다. 위기를 맞자 예외 없이 기업인들이 발군의 노력과 남다른 소명감으로 가계와 나라 살림살이를 지켜냈다.

 대전환이 예고된 새해에는 도전 과제가 산더미다. 시진핑 집권 3기에 들어서면서 미·중 격돌이 본격화하고, 미래산업 패권 경쟁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 사라져가는 ‘도전과 혁신’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도록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덩치만 커진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하느냐, 세계사의 자랑스런 주역으로 우뚝 서느냐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방관과 무기력을 떨쳐버리고 저마다 분명한 목소리로 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해야 하지만, 그 내일의 뜨는 태양이 어떻게 우리에게 비추어 질 것이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태양이 져도 지평선 아래로 18도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태양이 떠도 지평선 아래 6도 이하에 머물면 빛이 범람해 대지에 미친다. 그 덜 어두운 밤, 덜 밝은 낮의 빛을 우리는 '박명(薄明)'이라고 한다. 밤이 있으면 낮이 있지만, 백야의 반대말은 '흑주(黑晝. 검은 낮)'도 '흑야(黑夜)'도 아닌 '극야(極夜)'다. 극단적으로 긴 밤이란 의미다. 여름 백야의 위도 공간은 겨울 극야의 시간을 견딘다. 해 없이 이어지는 밤은 위도에 따라 극지의 경우 추분에서 춘분까지 약 6개월씩도 간다. 극야가 백야만큼 덜 알려진 까닭은, 어둠을 달가워하는 이들이 적기 때문이고 극지의 겨울 밤 추위 때문이다.

백야처럼 극야의 박명도 있다. 한껏 돋은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서 빛나는 간접 일출의 곁불같은 기운. 태양 최고 고도가 -6도~0도까지 솟아 조명 없이도 웬만한 거동이 가능한 극야의 박명은 시민박명(civil twilight, 혹은 상용박명)이라 불리고, -12~-6도는 항해박명, -18~-12도는 천문박명이다. 우리가 여명이나 서광, 황혼이라 부르는 때의 빛도 그중 하나에 든다.

임인년의 새해를 맞고도 만 3일이 지난 1월 3일이다. 올해 들어 3번의 해가 떴다. 

권력은 태양과 같다. 가까이 가면 타죽고 멀리하면 춥다. 권력에 ‘영원한 2인자’는 없다. 권력은 피도 눈물도 없다. 조선왕조 태종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형제들을 도륙내는 것이 권력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 친구를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꽃과 같다. 활짝 피었다가 지고나면 초라해지는 꽃은 권력의 상징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지난 정권 실세들의 감옥행이 보여주는 권력의 무상함이 그렇다. ‘태양은 하나다’라는 권력의 냉혹한 본성이 드러나기 직전의 임인년 1월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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