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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논단/ 이대로는 독자적 정권쟁취 어렵다
  • 편집국
  • 등록 2022-02-04 07: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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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천봉 석종현논단/ 이대로는 독자적 정권쟁취 어렵다 

4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이번 대선은 그 누구도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에 있다. 대통령당선이라는 지향점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단일화라는 부비츄랩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단일화는 야합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이 글을 전개하려한다.선거일까지는 불과 32일 남았는데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안된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든다. 이를 강조하여 말하면, 

첫째, 국민 과반수가 생각하는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권교체이며, 둘째는 그 시대정신이 구현될지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는 단일화라는 점이다.

상식의 세계에서 생각하는 단일화는 윤석열-안철수, 이재명-심상정 후보 간의 단일화다. 그런데 요즘 여권은 상식을 깨는 그림을 스케치하고 있다.

며칠간 여권 물밑에서 이재명-안철수 단일화론이 피어나더니 마침내 송영길 대표가 책임총리제를 공식 제기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적 자살’을 결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황당한 얘기를 여권이 꺼낸 것은 고도의 정치적 심리전이다. 이재명이 안철수와 접목이 가능한 수종(樹種)인 것 같은 이미지를 확산시켜 중도층을 흔들고 안철수 지지층 빼오기를 노린 것이다.

박스권에 갇혀 있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야권 단일화 무산’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더 나아가 만약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10%만 보인다 해도 대통령 자리 빼고는, 모든 걸 내주겠다고 나설 것이다. 여권 인사들도 “내가 도마뱀 꼬리가 되겠다”며 힘을 실어줄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엔 그런 절박성이 없다. 만약 윤석열이 단일화를 위해 다 던지려 하면 윤핵관들은 “4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 것이다.

물론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윤-안 간에 단일화 얘기가 전혀 오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옛 YS 계열 인사들이 양측을 오가며 말을 전한다고 한다. 하지만 거간꾼의 중량이 신통치 않고, 후보들은 힘을 실어주지 않은 채 자강론, 안일화만 내세우고 있다.

자강론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효과가 있지만 선거 막바지까지 자강론을 얘기하는 건 치킨게임에 다름 아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은 투표일 34일 전에 타결됐다. 곧이어 D-28에 양자 TV토론, D-26에 여론조사, D-25에 단일후보 발표로 이어졌다. 1997년 DJP연합이 성사된 것은 대선 48일 전이었다.

달력상으로는 이번엔 이미 막차 출발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후보 등록이 14일, 재외투표소 투표가 23일, 투표용지 인쇄 배포가 27일 마감이다.

혼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단일화를 외면한다면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다수 국민의 간절한 열망, 대한민국의 미래를 베팅하는 것이다.

들쭉날쭉 여론조사에서 일부 우위로 나타난다 해도 야권은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선거 막바지에 힘을 쓰는 건 돈과 조직이다.

이재명은 추경 14조 원도 성에 안 찬다며 35조 원을 내걸었고 여당은 동조 농성까지 들어갔다. 지방정부가 소리 없이 뿌릴 수 있는 선심성 복지도 부지기수다. 합법적 금품살포가 코로나 핑계로 가능해졌는데 야당은 심각성을 모른다.

좌파진영이 바라는 문재인 정권의 발전적 계승과 우파진영이 바라는 정권교체 중 어느 쪽이 더 진정한 국민의 뜻인지 굴절 없이 확인하려면 단일화는 후보들의 의무이며 당위다.

특히 이번 대선의 단일화는 역대 어느 단일화와 비교해도 명분이 있다. 정책·이념이 이질적이었던 김종필-김대중, 정몽준-노무현과 달리 윤-안은 지향점을 공유한다. 심상정 후보도 진보 재집권에 동의한다면 이-심 단일화 논의의 문을 여는 게 마땅하다.

 

단일화 협상은 밀실이 아니라 공개리에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단일화 훼방 세력의 장난질도 제한된다.

후보들이 현재 지지율이 자신의 역량과 매력 덕분이 아니라 정권교체 민심의 반영임을, 자신의 소명이 대통령 자리 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임을 명심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권교체 민심은 대선 때마다 존재했지만 이번 선거만큼 뜨거운 온도는 1987년 이후 처음일 것이다. 그 열망은 정권교체 실패 시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불안과 동의어다.

그들은 김혜경 씨의 공무원 심부름과 법인카드 사용 논란을 보며 만약 이번 폭로가 없이 김 씨가 청와대에 입성했을 경우 2부속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걱정한다.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KBS 이사가 법인카드로 김밥 한 줄 결제한 것을 물고 늘어지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어코 쫓아낸 좌파권력의 악착같음도 환기된다.

권력은 제도상 허용 범위 내에 있다 해도 최대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민주주의 기본 규범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지도자, 복마전 산하단체 실태, 천문학적 뇌물이 오간 개발사업…. 수년간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진 일들이 대한민국 중앙정부 차원의 본편 예고편이 될까 봐 우려하는 보수층이 많다.

이런 걱정과 열망을 외면한 채 혼자 다 먹겠다는 욕심으로 유불리만 재다 단일화 막차를 놓친다면 그 죄과는 결코 씻을 길이 없을 것이다.

단일화가 시작되면 대선 이슈는 모두 단일화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부족했던 정책 비전 경쟁은 더 설자리를 잃고, 선거공학으로 대선을 치르게 되는 거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일화 논의를 하더라도, 선거 승리를 위한 연대를 넘어, 한국 정치 변화를 이끌어 낼 만한 새로운 비전을 담은 '가치 연대'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연대와 단일화를 통한 연합정치는 불가피하지만 선거공학에만 매몰된 연대와 공동정부는 후일 화(禍)를 더욱 키울 뿐이다. DJP 연대 역시 선거에선 파괴력이 컸지만, 좌파와 우파의 동거는 오래갈 수 없었고 내각제는 파기됐으며 공동정부는 단명했다. 가치가 실종된 연대의 당연한 귀결이다."

5년 만에 다시 찾아든 단일화의 꽃은 어떤 후보 앞에서 만개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누가 됐든 극적인 시너지를 뿜어낼 단일화 서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거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한때 피고 지는 단일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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