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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안철수의 단일화 거래, 흥정이나 산술게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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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2-14 08: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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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없는 단일화는 필패, 안철수 문재인 사례가 증거

 윤석열.안철수의 단일화 거래, 흥정이나 산술게임 아니다

 감동없는 단일화는 필패, 안철수 문재인 사례가 증거 

 

 

               조대형 대기자


후보 단일화는 선거 승리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단일화 실패는 낙선의 지름길이고, 성공은 진검 승부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헌정사를 보면 단일화의 성사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87년 대선이 대표적인 단일화 실패 사례다. 당시 5공 신군부 세력은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고 직선제 개헌을 거부하며 정권 연장을 획책했다. 하지만 1987년 초반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아울러 이한열 학생이 최루탄에 희생되는 사건마저 터지자 전국은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민주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박정희 18년 군부독재에서 정치군인으로 성장한 전두환의 신군부는 노련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정권 연장이었다.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기로 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민주화 세력은 김영삼(이하 YS)과 김대중(이하 DJ)로 양분됐다. 양측은 지난 1970년 대선 후보 경선이래 라이벌 관계였다. 지난 1979년 10·26 사태로 찾아온 서울의 봄 시절에도 양측은 첨예한 갈등을 보이다 신군부에게 길을 내준 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YS는 PK 중심의 영남 출신이고, DJ는 호남 출신이다. 망국적인 지역갈등을 제대로 활용하면 직선제가 결코 불리한 싸움이 아니라고 봤을 것이다.

마침 DJ가 4자 필승론을 들고 나왔다. TK의 노태우, PK의 YS, 충청권의 김종필(이하 JP), 수도권과 호남의 지지를 받는 DJ가 나오면 수도권의 지지를 받아 자신이 당선된다는 논리였다. 양김의 분열을 원하는 신군부로서는 DJ의 4자 필승론은 꽤 반가운 논리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양김씨는 단일화에 실패하며 완주했고. 대선은 과반수에 한참 못 미치는 36%를 겨우 넘은 신군부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JP다. 5·16의 기획자이자 유신 본당인 JP는 5공 내내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지냈다. 그에게 87년 대선은 재기의 시간이었다. 당선은 목표가 아니었다. 국민 중에서 5공은 싫고 양김도 싫은 이들의 보금자리를 마련코자 했다. 자신이 당선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로 안 했을 것이다. 4등을 해도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과 중량감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JP 역시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JP는 87년 대선의 숨겨진 승자였다. 불과 3년도 채 안 지난 1990년 노태우, YS, JP는 3당 합당을 통해 여권의 3대 주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또한 1997년 대선에선 DJP연합이라는 극적인 역발상으로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의 주역이 된다. 정치 9단이자 영원한 2인자 JP 정치력의 결과가 92년과 97년 대선이다. 특히 97년 대선에서 JP를 외면한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라는 제3후보의 출현으로 석패해 대선 문턱에서 무너졌다.

최근 야권 서울 시장 보궐선거 출마 후보군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권 속성 상 특별한 정치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단일 후보 출마가 예상된다. 반면 야권 후보의 단일화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1야당 국민의힘 후보군들과 야당 후보들의 경선룰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느냐에 있다. 단일화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고자, 이름을 알리고자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는 뭉치면 죽는다지만 선거는 단일화를 해야 산다.

 

20대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물 위로 올라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윤 후보는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사실상 거부했다. 

윤 후보는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일단 오는 15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후 단일화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는 이날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데 대해 위로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안 후보와 공감대를 넓혀가겠다는 뜻 같다”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공식 일정을 재개했다.안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후보 등록 후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안 후보는 단일화 명분으로 ‘구시대 종식’과 ‘국민 통합’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도 제시했다. 작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할 때 했던 여론조사 방식(적합도 50%+경쟁력 50% 합산)이다. 당시 여론조사 조사 때 응답자의 지지 정당은 따지지 않았다.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 경선에 선을 그은 것은 현재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서너 배 이상 나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작년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때는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가 이번처럼 크지 않았다”며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단일화를 하면 지지자들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후보 측에선 이른바 ‘역선택’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KBS·한국리서치의 지난 7~9일 여론조사를 보면, 윤 후보 44.2%, 안 후보 45.5%였다. 그런데 ‘정권 교체’ 지지자로 응답자를 한정하면 윤 후보 69.0%, 안 후보 25.9%다. 윤 후보 측은 이를 두고 “여권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1+1=2’처럼 단순한 산술적 영역이 아니다. 단일화 논의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역풍을 맞는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단일화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공한 사례라면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실패한 사례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다고 해도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정권교체엔 동의하지만 윤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중도층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설 연휴를 지나면서 안 후보 지지율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윤, 안 후보 측이 더 열린 자세로 단일화 협상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단일화 논의는 정권교체의 마중물일 뿐이다. 진정한 정권교체라면 새로운 정치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윤, 안 후보는 함께 할 국정운영의 비전·정책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새 정부의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선 룰을 놓고 서로 압박하는 치킨게임만 계속한다면 제 잇속만 챙기려는 구태 정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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