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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국민의 삶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 행태를 걱정하는 특이한 나라.
  • 편집국
  • 등록 2022-04-15 08: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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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치와 국민통합은 선거 때 잠시 캠페인으로 외쳤을 뿐 이내 갈등과 대립 구도로 돌아섰다.


조대형 대기자 

 

최근 여야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질주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의 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지난 한 주간 정치권에서 오간 일련의 행태들은 왜 정치인이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현 정부여당이 각자 ‘마이웨이’만 외치는데 어느 누가 박수를 칠 수 있겠는가. 사실 지금까지 역대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은 뜨겁게 경쟁했지만, 승부가 난 뒤엔 '선'을 지켰다. '정권 인수의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새 정부의 안정적 착근과 국민의 이익이라는 당위가 정쟁과 정략을 눌렀다. 진정성이 없었을지라도, 이긴 쪽은 협치를 약속했고 진 쪽은 새 정권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 이후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협치·통합 공약을 뒤로 물린 채 '내 사람' 중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잊은 듯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국회 입법 독주를 예고했다.

 

민주당에선 "반성하고 쇄신하겠다"는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민주당의 회초리는 벌써부터 윤 당선인을 향한다. 진보·중도 진영에서도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검수완박의 합리적 명분 쌓기를 생략한 채 '문재인 정부 임기 중'이라는 촉박한 입법 시간표부터 내걸었다.국회가 여소야대 환경이라는 것은 민주당이 '믿는 구석'이다. 다수 의석을 최대한 활용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성공적 이륙과 심판받은 거대 정당의 쇄신을 위해 쓰여야 할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대선에서 윤 당선인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 즉시 시행'을 약속했던 민생 과제들도 방치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손실보상을 선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안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를 돕기 위한 지원 법안 △과도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법안 등은 대체로 여야 이견이 없음에도 국회에 장기간 계류돼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대선 공통 공약 추진도 기약이 없다.

 

우선 이같은 정치권의 현상에 대해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윤석열의 당선인의 독주와 민주당의 입법부 장악을 내세운 일련의 정치행태로 나타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던진 정책들을 종합해 봐도 도대체가 국민적 감흥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국민 담화를 열번 백번 발표해도 그 예하의 정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정책이다. 

 

특히 윤석열대통령 당선인의 인사는 자신의 우호세력들을 포진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나 정국을 풀어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윤석열 안철수 두 사람이 약속한 것들도 유기되고 사기를 친 형국이 된 것이고, 그러하여 반발하는 안철수의 촌극은 정치적 아마츄어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족했다. 

 

대한민국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 행태를 걱정하는 특이한 나라다. 국민통합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흔적들은 온데 간데 없고, 진영간의 권력 힘겨루기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국민을 신물나게 한다. 

 

여기에 더하여 대내외 경제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세계는 신新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 여파로 원유와 밀 등 곡물,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란 2중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연내 6차례 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이 돈줄을 죄면 달러 투자금이 미국으로 역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긴축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국내 증시가 영향을 받고, 원화 환율이 뛰는 배경이다.

국내 물가도 이미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서울시내 휘발윳값이 L당 2000원을 넘어섰다. 휘발윳값을 넘보는 경윳값에 화물차 운전사들은 달릴수록 적자가 쌓인다고 한숨을 쉰다. 수입 곡물 가격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특히 밀가루 가격 상승은 각종 식품과 음식 가격에 바로 전가된다. 국제유가와 세계 곡물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 

 

경제·사회적으로 위기 및 재난 상황이다. 하지만 기민하게 대응하며 민생을 챙겨야 할 신구 정권은 정쟁을 일삼고 있다. 협치와 국민통합은 선거 때 잠시 캠페인으로 외쳤을 뿐 이내 갈등과 대립 구도로 돌아섰다. 서로 거칠고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람들은 모이면 나라와 정치 걱정이다. 국민은 협치가 실종된 분노의 정치에 답답하고, 불안하고, 피곤하다. 민생과 경제, 국민 생명은 안중에 없이 힘겨루기를 일삼는 정치권 행태는 정치혐오를 넘어 국민을 절망시킨다. 

 

광장의 외침이 정치를 압도하고, 온 나라가 대립과 반목, 갈등과 분열로 빠져드는 작금의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대내외적으로 엄혹한 시기에 국력을 허비하고, 미래를 위한 잠재력까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모두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대통령 당선인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가 커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던 그날, “오늘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던 것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모든 국민이 아니라 한쪽의 국민만 ‘국민’으로 여긴 것은 아닌지 깊이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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