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검수완박의 꽃놀이패?... 윤석열 당선인,국민의힘이 최대 수혜자
  • 편집국
  • 등록 2022-04-20 07:35:46

기사수정
  • 검찰 수사권 박탈에 따른 로드맵도 없는 한심한 검수완박

 

조대형대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간 ‘강대강’ 충돌이 부각될 뿐 대안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마저 폐지할 경우 이를 어디로 어떻게 옮겨갈지, 검찰이 수사에서 아예 손을 뗄 경우 일반 서민이 받을 수 있는 고충을 어떻게 풀지에 대한 숙의 과정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건국 이래 70년간 이어온 형사사법 체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일인 만큼 속도 조절과 충분한 논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야당과 법조계는 물론 친(親) 여권 인사로부터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일 처리 순서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면, 그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도 마련해 함께 내놓아야 했었다는 점이다.

 

물론 윤석열대통령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민주당과 검찰의 협의를 주문하면서 국면이 바뀌었지만, 윤 당선인은 19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수완박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무력하다. 172석 다수당인 민주당을 저지할 카드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표정은 어둡지 않다. 검수완박 논쟁이 격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론 꽃놀이패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속내, 뭘까.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 논쟁 참전을 자제하고 있다.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는 "검찰 공화국을 옹호하느냐"는 역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만큼 윤 당선인도 지켜보고 있다. 윤 당선인이 무엇보다 몰두하는 건 민생 회복"(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란 입장을 낸 것은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입법을 막아세울 제도적 힘은 없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해 8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에 제동을 걸었을 때처럼 다시 한번 중재에 나서는 것이 마지막 출구이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무리수를 부각하는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느긋하게 거리를 두는 것은 검수완박 이슈가 정치적 호재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의 '제2의 입법 독주'가 부각되면 6ㆍ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재심판' 민심이 달아오를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검수완박은 ‘지민완박’(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완전 박살난다)”이라고 했다.

‘윤석열 내각’의 상징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하는 데도 검수완박 논쟁이 불리하지 않다고 국민의힘은 본다. ‘검수완박 대 반(反)검수완박’ 전선이 만들어지면, 한 후보자의 자격·자질 논란이 상대적으로 희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검수완박 토론으로 흐른다면 논리로 무장한 한 후보자가 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15일 첫 출근부터 검수완박 추진을 “야반도주”에 빗대며 정면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한다 해도 윤석열 정부가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내심 안도하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의 후속 조치로 별도 수사기구를 신설해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넘기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새 수사기구를 독립기관으로 만들든 법무부 산하에 두든, 제3의 후속 조치가 만들어지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힘'으로 손보면 된다는 게 국민의힘 속내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몽땅 뺏는 것이‘세계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2017년 학술지 ‘형사사법의 신동향’에 발표한 논문(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8개 국가만 검찰 수사권이 없다. 영연방 국가들은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한 한국·프랑스·독일 등과 달리 ‘사인소추주의’(私人訴追主義: 개인인 피해 당사자가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제도) 전통을 갖고 있어 한국과 평면 비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역시 독립 직후인 1789년 법원조직법에서 연방검찰 제도를 함께 도입했다.

 

반면 영국은 사인소추 전통에 수백년간 경찰이 수사·기소·공소유지를 전담하다가 최근인 1986년에야 왕립검찰청(CPS)이란 이름으로 검찰 제도를 도입해 공소유지를 전담하게 했다. 경찰의 무리한 기소 논란이 끊이지 않자 2003년 검찰에 기소여부에 대한 지휘를 포함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했다. 한국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국가에서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고전적 정의도 있고, 다원주의 국가관에서는 ‘갈등의 발견과 문제의 해결’로 보기도 하고, 자유주의적 관점에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그 어디에도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처럼, 정치는 말로 하는 패싸움이라는 정의는 없다. 비통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정치인들의 책임일 수도, 아니면 입장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제스처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보통사람들의 책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건대, 그것을 매개하는 평론가들과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다.

광고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토뉴스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윤대통령 스승의날 편지
  •  기사 이미지 5.11용산 부정선거 수사 촉구집회
  •  기사 이미지 윤석열 정부 2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 주최 윤상현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공감
최신뉴스더보기
우이신설문화예술철도
인기 콘텐츠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