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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권의 비극,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하는 찌질이 이재명, 이준석의 질주
  • 편집국
  • 등록 2022-08-16 09: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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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이 흥하면 민주당은 곧 망한다는 지극한 사실 이준석이 몸부림 치면 칠수록 정치적 미래는 없다는 자명한 사실

[조대형대기자]


현직 대통령과 여야의 차기 대표 후보 지지율이 거의 매일 조사 발표되고 그 수치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정치는 마뜩하지가 않다. 그런 여론조사가 지배하는 민주주의는 권력정치를 키운다. 최고 통치자가 언제 힘을 잃을지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를 두고 다투는 정치에서 남는 것은 권력투쟁뿐이다. 당연히 제3정당처럼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세력들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강자들 사이의 사활적 권력투쟁 속에서 약자들의 여린 목소리가 들릴 리도 없다. 정치의 문제가 몇 퍼센트짜리 지지율 후보인가로 단순화되면, 그래서 모두가 지지율 숫자를 높이기 위해 연신 국민 여러분을 외쳐대는 정치가 되면, 민주주의는 신흥 종교와 유사해진다. 미래 권력에 자신을 의탁하려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만 조장되기 때문이다. 양산되는 것은 아첨 정치가요, 보기 힘든 것은 신념의 힘과 용기를 가진 정치가다

 

최근 여야 정당이 오십보백보 ‘못난이 경쟁’을 벌이지만, 본질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다. 이준석 대표를 몰아낸 국민의힘 분란은 기본적으로 당권·노선을 둘러싼 ‘내부 총질’이다. 이재명 의원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더불어민주당 사정은 국민과 상식을 겨냥한 ‘외부 총질’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우여곡절을 거치더라도 본모습과 기존 지지층을 되찾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주도 세력과 지지 기반이 크게 바뀌는 전혀 다른 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미래를 예단하긴 이르다. 다만 1955년 반독재·반공을 기치로 창당돼 국민 사랑을 받아온 ‘정통 민주당’이 종말을 고할 것은 분명하다. 신익희·조병옥 서거, 신파·구파 대립, 진산 파동, 김영삼 총재직 가처분과 의원직 제명, 양김 분열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치면서도 장면 정권과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을 창출했다. 원래 ‘대중 정당’이었지만,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586 운동권 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이념 정당’처럼 바뀌어 갔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현상은 희미한 옛 민주당의 그림자까지 완전히 지워버릴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는데, 거의 현실화했다. 강성 지지그룹이 당을 압도하면서 급속히 ‘더불어재명당’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이념 정당이지만, 실제로는 무정형의 뒤틀린 권력의 모습을 보인다. 이 의원을 비롯한 주도 세력이 상식과 합리성, 품격과 도덕성을 내팽개치는 성향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형수 욕설 같은 거친 언사도 문제이지만, 대선에 패배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부터 기존 정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법카·옆집·변호사비 문제 등 이 의원과 관련된 6대 의혹은 한 가지만으로도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중대한 혐의들이다. 이 때문인지 문 정부 때 불거지고 수사가 시작됐음에도 검·경의 수사를 “국기 문란” “정치 보복”이라고 역공한다. 이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직무 정지’라는 당헌도 없애려 든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일정이 끝나는 오는 28일 초강경 야당의 탄생이 예상된다. 2024년 4월 총선까지 심각한 대결 정국이 불가피하다. 이 의원은 국회 다수 의석을 활용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라는 또 다른 ‘외부 총질’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내부 장악력을 강화하고, 당을 수사에 맞설 방탄막으로 활용하는 ‘1석3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럴수록 강경파가 득세하고 당의 외연은 축소될 것이다. 이 의원이 잘 되면 당은 못 되는 기막힌 역설이다.

 

큰 별(항성)은 생성기엔 약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끌어당겨 커지지만, 소멸기엔 너무 강해진 핵심부 중력 때문에 수축하면서 폭발한다. 블랙홀도 이때 생긴다. 지금 민주당 상황은 이런 단계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지방선거 때 호남 지역의 낮은 투표율(광주 37%)을 보면, 민주당 지지층도 고민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군사정권 후예와의 결합인 DJP 연합, 나아가 영남 출신인 노무현·문재인까지 지지했지만, 이젠 달라진 것이다. 왜 호남이 무조건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는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100년 전 영국 자유당이 노동당에 밀려 침몰한 과정은 세계 정당사의 수수께끼로 불릴 정도다. 일본 민주당과 프랑스 사회당도 유사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제 한국의 민주당이 뒤따르려 한다. 이를 피하려면 내부 다양성과 합리성부터 키워야 한다. 이번 경선에 나선 박용진 의원은 주목할 만하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노동운동과 진보 정치에 20년 이상 헌신했다. 대공 담당 경찰관이었던 부친에게 “저는 사회주의자”라는 폭탄선언을 한 뒤 백기완 민중 후보를 돕고, 10여 명에 불과했던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로 참여했다. 그런 정치인이라면 몰락의 흐름을 바꿔 합리적 중도·진보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이 잘 돼야 여당도 긴장한다. 정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적대적 공생으로 흐르고 있다. 함석헌 선생이 말한 ‘생각하는 백성’이 많아야 정치가 살고 나라도 산다.

 

그런데 최고 권력을 두고 매일 국민투표 하듯 여론조사가 반복되는 정치에서 남는 것은 목소리 큰 소수의 지배다. 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영향권 안에서만 정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행복한 것도 아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감옥행이나 탄핵 같은 어두운 사망의 골짜기를 헤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끝은 결국 비극이다. 이런 정치, 언제까지 계속할까.

 

문제는 현 대한민국 정치권의 비극은 찌질이 이재명과 이준석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서 잉태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고, 이재명이 흥하면 민주당은 곧 망한다는 지극한 사실, 이준석이 몸부림 치면 칠수록 정치적 미래는 없다는 자명한 사실 하나 하나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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