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4선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과 당내 견고한 지지층을 내세워 집권여당 사령탑 자리를 노려봤지만, 후보 등록도 하지 못한 채 하차했기 때문이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보수층 내 지지기반으로 당내에서 드문 '스타 중진'인 나 전 의원은 지난 연말부터 당 대표 출마설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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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도 나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 전 의원은 한 달 넘게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되고 대통령실·친윤(친윤석열)계로부터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는 등 마찰이 계속됐다.
친윤을 자임한 나 전 의원으로서는 '반윤'(반윤석열) 낙인까지 선명해지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설 연휴를 기점으로 여론조사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간 것도 악재였다. 이러자 나 전 의원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분위기가 최근 며칠 새 급격하게 불출마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김기현의원의 상전 대하듯, 각하 접니다. 소인 김기현입니다.
윤심에 가로막힌 나 전 의원의 향후 정치적 행로를 두고서는 전망이 분분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4년 넘게 더 권력을 쥘 용산과의 관계 설정이다.
양측 상황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이제 와서 대통령실 인식이 바뀌기엔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며 "다만 불출마가 여권 전반에 대한 평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그의 역할과 미래도 유동적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나 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불출마에 대해 '당의 화합', '총선 승리'를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향후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출마를 접은 그 자체로 정치 인생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해석도 있다.
주류 친윤계와 맞서는 결기를 보이다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은 중진 정치 지도자로서 위상에 심대한 타격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 결정을 설명하며 "용감하게 내려놓았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걸로도 보인다.이날 나 전 의원이 회견장에 입고 나온 초록색 바지 정장은 공개석상에서 여러차례 포착된 옷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차분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남긴다는 평가에 평소 '전투복'으로 즐겨 입는다고 알려졌다. 2019년 3월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날에도 같은 옷을 입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 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했다. 그간 나 전 의원을 도왔던 정양석·박종희·윤종필 전 의원, 김민수 국민의힘 혁신위원을 포함해 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서는 서로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하는 과정의 소회와 정치적 진로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하며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면한 전당대회를 포함해 당 안팎에서 일정 부분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다만 그러면서도 참석자가 "김기현 의원이 자택 앞에서 '뻗치기'(무작정 기다리기)를 할 텐데"라고 농담을 건네자 "집에 못 들어가겠네. 지하 주차장이 없어서 출입 통제가 안 되는 아파트에 살아서 힘들다"며 호응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불출마 배경을 두고 세간에서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의 반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데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며 노환 등으로 투병 중인 부친의 반대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반주를 곁들인 오찬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고, 나 전 의원은 "도리어 홀가분하다"며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