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菽麥不辨(숙맥불변)의 정치, 類類相從(유유상종)草綠同色(초록동색) 정치가 부추킨 추미애장관의 난
  • 편집국
  • 등록 2020-12-02 09: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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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파발마 


조대형 대기자 

 

菽麥不辨(숙맥불변)의 정치類類相從(유유상종), 

草綠同色(초록동색정치가 부추킨 추미애장관의 난 

 

춘추시대 진()나라에 겨우 열네 살인 주(), 즉 훗날 도공(悼公)이 왕위에 오른다

그에게는 형이 있었지만 너무 어리석어 콩과 보리조차 구분 못한다(不能辨菽麥)고 옹립되지 못했다. 사리분별 못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을 뜻하는 숙맥의 어원, 숙맥불변(菽麥不辨) 이야기다. 그런데 하고많은 곡물과 사물들을 제쳐두고 굳이 콩과 보리를 언급했는지 늘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 추미애장관의 난을 보면서 얼 듯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보리는 익는 속도가 느려 쌀과 섞으면 한 번에 삶기지 않으므로 두 번 삶는 곱삶이를 하거나 보리를 반으로 쪼갠 할맥(割麥)’으로 섞어 삶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콩 역시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처럼 두 쪽으로 나뉘는 곡물이다

다시 살펴보니 자 역시 분별하다와 나누다/쪼개다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숙맥불변은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하다와 쪼개지 못하다’ 둘 다 가진 자를 이용한옛 중국인들의 말장난은 아니었나 싶은 게 제 생각이다

하지만 의 두 가지 뜻이 알려주듯사리분별 못하는 사람 또한 숙맥이다

무언가를 분별하려면 떨어져 바라봐야 한다. 이번 추미애의 난에서는 쪼개진 어느 한쪽에 붙어 자신이 믿는 채널과 기사만 온전히 믿는다


추미애장관의 주장은 옳고 윤석열총장의 주장은 온통 거짓이라며 반대쪽은 들춰도 안 본다. 입장과 성향은 각기 주장마다 다르다

이목을 힘있는 한쪽에만 고정하면 권력의 입맛에 맞춰 가공된 것들만 들어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이라는 어의가 적중하여 나타났다.

유유상종과 비슷한 말로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말이 있다, 기풍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서로 동류를 찾아 모인다는 말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 사람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이번 추미애법무부장관과 윤석열검찰총장간의 난을 보면서 유난히 이 유유상종이라는 언어에

부합되는 사람이 있다바로 부부검사라고 일컫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다그런 가운데서나마 추미애장관의 복심이라고 생각했던 조남관대검차장이 

윤석열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 심정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고,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논리에 따른 검사들의 항명이 있었다.


그러나 뭐라 뭐라 해도 이 추와 윤의 난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심재철 국장이다

심국장은 윤 총장의 주요 징계 혐의인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을 직접 제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때문에 수사 의뢰까지 이뤄진 윤 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주요 참고인이기도 했지만징계위원회 위원까지 해보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심 국장은 본인이 제보자이자 징계 청구의 실무를 담당하는 검사"라며 "징계 위원까지 맡아 '원님재판'을 하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같은 제척사유를 들어 심 국장 등 일부 위원들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할 경우 이들을 대체할 검사 2명을 새롭게 위촉할 가능성이 있다. 대체자로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 등이 거론되자만 이들 또한 적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왜냐 하면 이종근대검찰청 형사부장의 부인이 윤석열총장 징계절차를 주도하고 있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징계과정을 주도한 박은정담당관이 남편인 이종근 대검형사부장이 북 치고 장구 치며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부분에서 초록(草綠)은 동색이다라는 말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한편이 되는 경우의 비유가 생각난다. 이른바 가재는 게 편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菽麥不辨 <<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숙맥불변>, 즉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믿음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를 탈진실(post-truth)’이라고 한다.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쓰시네라는 반격, 나라를 두 동강 냈던 조국 사태, 지난 총선 직후 유튜브에 난무한 부정선거 주장, 추미애와 윤석열의 난을 보면서 탈()진실의 정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을 호도하는 억지나 거짓말로 지지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은, 내 편을 무조건 믿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보다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뿐 아니라, 자기가 믿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적으로 내친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거에도 정치에는 많은 거짓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정치인이나 국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려 하지 않고, 사실이 드러나도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거짓이 드러나도 정치인들의 부담이 훨씬 작다는 인식이 문제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의 여론 일부는 좌파 우파로 나뉘어 싸우는 게 아니라, “미친 파()와 미치지 않은 파로 나뉘어 있으며, 게다가 미친 파 쪽이 우세해 보인다고 지적했겠는가


그렇다고 추미애장관의 비판에만 열을 올릴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너무 많다. 이처럼 탈진실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와 공공기관 및 미디어에 대한 불신,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의 강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탈진실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상충하는 정보로 인해 대중이 혼란을 겪고 있다


탈진실의 정치를 막을 길이 없을까? 그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 급격한 기술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초()불확실성이 대중의 불안감을 불러일으켜 거짓이 횡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시민사회 주도로 일반 대중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민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향상돼야 한다. 그래야 탈진실의 정치인을 퇴출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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