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봉 석종현 논단
모든 일상사에 앙갚음이 도사리고 있는 사회를 경계하다
'뒤끝이 있다' 라는 건 어떤 일이 이미 지났는데 그 일가지고 감정을 품고 있고, 지난 일로 자꾸 시비를 거는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의 ‘뒤끝작렬’의 풍모가 드러나는 대화 한 토막이 공개됐다. 추장관이 모처에서
초선 의원들과 회동 중 윤석열 총장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하는 과정에서다.
전날인 혹자의 말에 따르면, 이날 만남이 끝나고 악수하고 헤어지는 말미에 추장관이 한 초선의원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고 한다
“아까 뵈니까 인상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하시는데 예전에 저보고 그년, 이년이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오늘처럼 말씀 잘하시면 인기가 더 좋아지고 잘 되실 텐데…. 인물도 훤하시고…, 왜 그때 이년, 그년 이러셨어요? 제가 깜짝 놀랐잖아요.”
이 초선의원은 “어휴, 그때는, 뭐, 죄송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추장관이 회동 말미에 꺼낸 이 차관의 ’그년’ 발언은, 정확히 알려진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지만, 모 정치권 인사가 전하는 말의 한 대목이다.
당시 이 전언은 정권에서 불거진 ’윤석열총장’ 논란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그들의 주인은 문재인대통령인 데 그년은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썼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추장관이 초선들과의 회동에서 한 말이 잘못 전달됐다며 정정했다.
추장관이 이 초선의원에게 "법무장관을 뭘로 알고 그러세요"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오신 거예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 윤석열 총장 밀어내기는 뒷끝 작렬의 대표적인 예고 편이고, 초선의원 모임에서 의원들을 교육하듯 이 한 처사는 속편에 해당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저간의 여론은 앙갚음 정치를 한다고 비아냥 거린다. 앙갚음은 그동안 받아 온 멸시와 모욕에 대한 앙갚음으로 단단히 혼쭐을 내 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또는 자신에게 해를 입힌 원한을 풀기 위해서 원한을 입힌 상대방에게 자신이 당한 만큼 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복수, 보복에 해당하는 우리 말이다.
우리 고사의 앙갚음 가운데 원앙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본풀이는 월인석보의 <<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안락국태자경>, 고소설의 <<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안락국젼>, <<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악양국왕자노래>, <<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이공본풀이>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리공주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굿거리 가운데 하나가 원앙부인이다. 그런데 막상 굿에서 주인공은 원앙부인의 아들 ‘안락국’이다. 바리공주와 함께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효심이 주된 내용이다.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효심인 바리공주와 이 점에 있어서 같고 다르다.
즉, ‘안락국’이란 효심 지극한 아들이 자기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다는 내용이 원앙부인 본풀이의 내용이다. 안락국은 자기 어머니가 자기를 임신한 채 아버지와 먼 길을 가다가 어머니가 도중에 쓸어져 더 걸을 수 없게 되자 자현장자의 손에 팔린다. 자현장자는 안락국의 어머니를 겁탈하려 하나 몸을 주지 않으려 하자 어머니는 토막 내 살해당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안 안락국은 자현장자를 찾아내 보복의 길을 떠난다. 이 과정이 통과의례의 과정이다. 그런데 안락국이 자현장자를 찾아 내 그 가족들에게 보복을 하는 장면이 신기하다. 즉, 안락국이 지나 가는 길 몫에 지닉한 꽃이 만발한 꽃밭이 있다.
안락국은 자현장자 가족에게 ‘웃음꽃’을 보여줘 당황하게 한 후, 다음 다시 ‘싸움꽃’을 보여줘 서로 싸우게 한 후, 수라멸망 ‘악심꽃’을 보여줘 가족들 끼리 서로 싸워 죽이게 한다. 안락국은 자현장자를 비롯한 그 가족들을 멸족시키는 방법으로 앙갚음을 한다.
원앙부인에서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하는 것이 모두 꽃이란 말이다. 웃음꽃은 적들을 너무 웃게 하여 혼란스럽게 만드는 꽃이고, 싸움꽃은 사람들 간에 불화를 조장해 서로 원수가 되어 싸우게 하는 꽃이다. 그 중 가장 무서운 꽃은 ‘수라멸망악심꽃’으로서 악심을 품고 가족들 끼리 서로 싸워 죽게 하는 꽃이다.
이 원앙부인 본풀이는 우리 민족사에 큰 영향을 주어 신라의 ‘원화源花’나 ‘화랑花郞’과 같이 꽃과 연관이 되는 말들이 모두 이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이는 원앙부인 서사무가가 신라 선덕 여왕 무렵에 유래했다고 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모든 일상사의 후속이 앙갚음으로 표출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