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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벽립(家徒壁立)의 국민의 힘 신세 누구 탓이냐
  • 편집국
  • 등록 2020-12-15 22: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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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 집 관리인 김종인의 주저 주저에 야당의 맥 살려 놓은 국민의 힘 초선의원들의 용기


중국 한(漢)나라 때의 문인 사마상여(司馬相如•BC 179~BC 117)는 고향 쓰촨(四川)성에 있을 때 임공(臨邛)이라는 곳의 부호 탁왕손(卓王孫)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그 집에 갔다가 남편과 사별하고 친정에 와 있던 탁왕손의 딸 탁문군(卓文君)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는 탁문군을 사로잡을 생각으로 ‘봉구황(鳳求凰)’이라는 거문고 곡을 연주했다. 

그녀도 사마상으나 탁왕손은 그가 너무 가난하다고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자 탁문군은 사마상여를 따라 청두(成都)에 있는 그의 집으로 야반도주(夜半逃走)를 했다. 사마상여의 집은 너무 가난해 방 안에는 살림살이 하나 없이 사방으로 벽만 둘러져 있었다. 그래도 탁문군은 그와 백년가약을 맺고 술집을 차려 생계를 꾸려 갔다. 나중에 한무제가 사마상여의 글을 읽고 크게 기뻐해 도성으로 불러 벼슬을 내렸다. 사마상여는 필명을 크게 떨치며 일세의 대문장으로 우뚝 섰고, 탁씨 집안에서도 더 이상 그를 깔보지 못했다.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사랑은 많은 드라마 연극 영화 만화로 만들어졌다. 이들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 가도벽립(家徒壁立), 가도사벽(家徒四壁)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원문은 ‘家居徒四壁立’이다. 徒는 한갓, 헛되이, 보람 없이라는 뜻이다. 도난인의(徒亂人意)라고 하면 ‘공연히 남의 마음만 뒤숭숭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지금 국민의 힘 처지가 딱 가도벽립의 처지에 있다. 당초 비상대책위원가 구성되고, 김종인 현 위원장을 수장으로 추대할 때만 해도, 획기적인 회생 방안이 나올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은 보수 정당의 색깔 자체를 지우려는데 지나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현 집권세력이 하는 일에 동조하여 그 방법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집착으로 하 세월 했으며, 보수정치의 자존마져 팔아버리는 형국에 있다.

적어도 국민의 힘이 지난 총선에서 실패를 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정부 여당에 대한 실책을 바로 보지 못한데 기인한 것이고, 공천의 잘못에 있다고 봐야 하는데 마치 보수정치의 그릇됨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인양 착각을 하는 바람에 가도벽립의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국민의힘 초선 의원 58명 전원(全員)이 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일명 대북 전단 금지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야당 초선들이 국회 입성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야성을 보여주면서 대여 투쟁을 이끌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집권 여당과 문재인 독재 권력은 오직 180석의 힘을 믿고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모든 법안을 독식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초선 의원 전원이 철야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없는 저희는 최소한의 저항인 필리버스터로 국민들께 부르짖고 있다”고 했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년까지 이어지는 무제한 토론의 실질적 효과에 의문을 표했지만, 초선 의원들은 ‘전원 무제한 토론’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8명 모두가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지난 10일 밤이었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는 첫 주자로 나선 이철규 의원이 8시간째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초선 의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저도 나서겠다”는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필리버스터 지원자가 수십 명을 넘어가자 “이럴 바엔 전원이 다 합시다”라는 제안이 나왔다. “재청합니다” “삼청합니다”라는 답장이 잇따라 붙었다. 11일 오전으로 기자회견 일정을 정했고, 회견문 초안(草案)은 본회의장에 있던 이영 의원이 썼다.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필리버스터는 중단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생중계되는 필리버스터에서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하고 있다. 초선 의원 첫 발언자로 나선 조태용 의원은 이날 새벽 6시 45분쯤 “오늘의 무제한 반대 토론, 당장 성과가 없을지라도 국민 여러분이 저희에게 애정을 가져주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뒤이어 검찰 출신의 김웅 의원은 “민주당이 만들어 온 법들은 국민들을 피눈물 나게 만들고 있다”며 “공수처법 개정안은 (집권 세력에) 칼날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바통을 넘겨받은 윤희숙 의원은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 국정원법 개정안, 5·18 특별법 개정안을 ‘닥쳐 3법’이라고 표현했다. “국가가 개인에게 ‘닥치라’고 강제한다는 느낌의 닥쳐법”이라며 “닥쳐 3법은 나라를 뒤로 가게 만드는 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초선 의원 주도로 이날 철야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이 같은 발언 내용을 유튜브·소셜미디어(SNS)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필리버스터 기록으로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의견도 나왔다. 역대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2016년 민주당이 192시간 25분 진행한 테러방지법 반대 토론이었다.

국민의힘에서 초선 의원들은 전체 의석 56%(58석)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4시간씩 발언한다면 연말까지는 ‘필리버스터 정국(政局)’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은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까지 가능하다.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야당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보류했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필리버스터 발언자로 나선 홍익표 의원은 이날 “추미애 법무장관이 법조기자단을 해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겨레·경향신문 발행인께서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KBS와 MBC가 앞장서서 법조기자단을 빼라”며 “법조기자단을 유지하면 이 매체들도 검찰 개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기자 출신인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언론인을 향해 정권 나팔수가 되라고 겁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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