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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철인황후를 통해 본 역사왜곡의 실체
  • 편집국
  • 등록 2020-12-18 0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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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의 사실 왜곡, 표현의 자유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조대형 대기자

2000년 이후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드라마 중에서 조선시대까지의 역사적 실존인물

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50편이 넘었다. 

연간 약 4편이 방송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역사드라마는 제작비가 더 많이 들고 제작하기

도 여간 힘든 게 아닌데도 지속해서 제작돼온 이유는 우선 시청률이 보장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드라마를 통틀어 역대 평균 시청률 20위 안에는 <허준>, <대장금>, <주몽>, <태조 왕건>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순간 최고시청률 40%를 넘게 기록한 역사드라마는 이 네 작품 외에도 <여인천하>, <용의 눈물>, <왕과 비>,<선덕여왕>, <장희빈> 등 상당히 많다.역사드라마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을 법한 것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는 실제 현실보다 더 현실같이 그려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간의 제약이 있는 방송의 특성상 드라마는 삶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일부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데다가, 또 시청자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해 갈등구조를 만들려면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을 과장하게 된다. 

실제 삶에서는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칠 것 같은 내용도 드라마 안에서는 말 그대로 ‘극적(dramatic)’으로 표현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인물에 대해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썼다고도 말한다. 즉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가 바로 드라마다, 그런데 역사적 인물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드라마의 여러 가지 장치, 즉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을 과장하여 묘사하고, 허구의 인물과 갈등하거나 기록에 없던 사실을 행하게 되는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장치가 좁게는 관련 가족이나 후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고, 넓게는 역사적 가치관을 흩뜨려 시청자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문제 제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철인왕후 역시, 높은 시청률만큼 논란이 많다.   방송이 시작되면서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tvN 주말극 '철인왕후'가 역사 왜곡과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 등에 휘말렸다.


일부 시청자는 조선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철인왕후'가 실존인물과 역사를 왜곡하고, 현존 문화유산을 깎아내렸다고 지적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다. 15일까지 접수된 건이 700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양 조씨 종친회는 조선시대 실존 인물이자 극 중에도 등장하는 신정왕후 조씨가 미신에 심취한 캐릭터로 왜곡됐다며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봉환(최진혁 분)의 영혼이 깃든 중전 소용(신혜선)이 철종(김정현)을 향해 "주색으로 유명한 왕의 실체가…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 괜히 쫄았어"라고 독백하는 부분을 두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국보를 깎아내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밖에도 극 중 기생집 '옥타정'이 지난해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진 클럽 옥타곤을 연상케 하고, 주요 인물 대사도 성희롱 성격이 다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성희롱과 유흥문화를 남성의 시각으로 다루면서, 성별 반전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것 같아 영 뒷맛이 찝찝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방송 초반부터 이처럼 논란이 커진 것은 작품이 기대 이상으로 흥행한 탓도 있지만, 원작이 된 중국 소설의 작가가 혐한 성향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미운털'이 박힌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원작 '태자비승직기' 작가 선등은 전작인 '화친공주'에서 한국 비하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해 국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몽둥이로 때려 줄 한국 놈들" 같은 대사나 등장인물이 식탁보를 몸에 두르며 한복이라고 조롱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었다.

tvN은 여러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은 채 고심하고 있다.

tvN은 앞서 '미스터 션샤인' 등 시대극에서 초반 역사 왜곡 논란이 등장했을 때는 급히 관련 부분을 수정했다.


그러나 '철인왕후'의 경우 워낙 코미디를 강조한 장르라 등장인물들의 희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성별 반전 콘셉트를 차용한 만큼 극 전개상 '19금' 대사와 에피소드도 지속해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려면 극 전체에 손을 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고심이 길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철인왕후'는 대한민국의 카사노바 봉환이 조선시대 철종 비 철인왕후 김소용의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물론 표현의 자유 영역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역사적 왜곡 시비를 크게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창작예술이 지닌 표현의 자유를 만족시킬 수 있는 허구의 경계선은 어떻게 그어져야 하는가?  역사드라마는 서술방식에 따라 정사(正史)를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부터 야사(野史)나 민중사를 토대로 한 상상이나 허구적 서술로 나누기도 하고, 또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는 데에 충실한 정통 드라마와 허구와 상상력이 극대화된 이른바 퓨전사극, 팩션사극, 판타지 사극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것이 정통사극이든 팩션사극이든, 실존인물이 등장한다면 시청자들은 드라마속 주인공의 행적을 사실과 비교하고 평가하게된다. 보통 그 역사적 요소에 대한 평가는 공공담론의 영역 속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때로는 법적 규범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도 있다. 공공담론의 영역에서는 드라마 내용이 역사적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다든가, 또는 기존의 역사적 가치관에 혼란을 가져온다든가 하는 점들을 주로다룬다. 법적 영역에서는 주로 실존인물과 연관된 사람들의 명예에 손상이 가해져 해당 인물에 대해 시청자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로 나타난다.  오래된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역사적 평가와 다른 허구의 역사가  시청자들에겐 사실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더 우위에 있고 등장인물과 관련된 인격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역사를 왜곡하면 국민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으며 다수 시청자의 정서에상처를 주거나 분노를 일으킬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올바른 역사인식의 조화를 위해 비교적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좀 더 고려되어야겠다.


조대형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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