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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누가 ‘퍼스트 문재인’이 될 것인가
  • 편집국
  • 등록 2021-01-13 01: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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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문 홍위병들의 지지없인 누구도 국민 심판대에 오르지 못한다.

조대형 대기자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이 말은 절반만 맞다. 2020년 4월15일 미래통합당(국민의 힘 전신)은 분열로 다 이긴 것 같던 총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 역사상 유래 없는 계파 갈등 없는 평화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2020년 총선 이후 본격화될 ‘정권 재창출’ 가도에 지금의 평화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여당과 비교해볼 때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비주류의 부재’라는 점이다. 

과거 박근혜 정권에선 김무성-유승민 등 ‘비박’이 있었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박근혜로 대표되는 ‘비주류’가 있었고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또한 ‘비노’가 존재했다. 김대중,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그 이후와 비길 바는 아니지만 비주류가 엄연히 존재했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 중에서 ‘친문’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있지만 ‘비문’으로 꼽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과거의 비문’이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있지만 “우리 당 내에 친문, 비문은 없다. 모두 ‘범친문’에 속한다”는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은 허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민주당 계파 갈등은 왜 사라졌나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십여 년을 돌아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보인다.

‘동교동’으로 대표되는 김대중 주도 정당에서도 김상현, 정대철 등이 비주류로 꼽혔지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긴 힘들었다. 

1996년 15대 국회에서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 등 당시 기준으로 ‘젊은 피’가 수혈되고 2000년 16대 국회부터 이른바 ‘386’이 충원되고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이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흐름에서부터 양상이 복잡해졌다. 

‘후단협’ 등은 이제는 역사 속의 이름이 돼버렸지만 당시 ‘대선 후보’ 노무현이 비주류처럼 보였을 정도다. 새천년민주당내 비동교동계, 프로젝트 정당의 성격이었던 개혁당, ‘독수리 5형제’로 상징되는 한나라당 탈당파 등이 힘을 모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그야말로 새 시대가 열려 ‘동교동 vs 비동교동’으로 대립되는 계파갈등은 잦아드는가 싶었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 덕에 2004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민주당계 정당으로선 최초로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이후 상황은 모두가 아는 바대로다.


열린우리당의 단명, 2007년 17대 대선의 참패 이후엔 오히려 계파 갈등이 줄어들었다. 쪼그라들었으니 싸움도 잦아든 셈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친노가 떠나고(국민참여당 창당 등) 동교동이 재결합하고(통합 민주당 창당) 다시 친노가 결합하는(혁신과 통합 결성 및 합당) 등의 과정을 거쳐 덩치를 키웠지만 그와 더불어 계파 갈등도 심화됐다. 과거 ‘친노 Vs 비노’의 대립은 ‘친문 Vs 비문’의 대립으로 전화됐다. 당내 경선에선 친문이 비문을 압도했지만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 국면에서 갈등이 증폭됐고 그 결과물은 2012년 대선 패배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4년 김한길로 대표되는 비문 그룹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안철수 진영과 힘을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 민주당 계열 정당 중에선 극대화된 외형을 갖췄다. 친문, 비문, 안철수계, 동교동계 등이 모두 망라된 것. 하지만 계파 갈등이 가장 극심한 때도 그 때였다.


덩치는 커졌지만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안철수가 고문으로 물러서 있던 2014년 여름께 그 당의 행사에서는 실소를 자아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계파갈등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그 반대급부로 대부분의 정치발언은 “우리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화해 정신을 계승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를 이으며 고 김근태 의장의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는 동시에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를 바탕으로~”의 리츄얼 같은 모두(冒頭)로 시작됐다. ‘유세차’(維歲次)로 시작되는 축문(祝文)이 따로 없었다. 때로는 “손학규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의 정신”이 덧붙을 때도 있었다.


이와 같은 갈등 끝에 결국 안철수가 탈당했고 애초의 안철수계 뿐 아니라 김한길 등 비주류 상당수가 동반 탈당했다. 비문의 견결한 한 축이었던 박지원 등 호남계도 뒤를 따랐다. 고질적 분열이 재연됐지만 오히려 이 분열은 기회가 됐다. 고질적 계파갈등이 마침내 사라진 것이다.


분열의 뫼비우스는 끊어냈지만


‘확장→계파갈등→분열→계파갈등 해소’와 ‘위축→확장→계파갈등’의 뫼비우스 띠가 민주당 계열 20년의 역사였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통합과 분열은 길항작용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단일대오로 집권에 성공했고 고리를 끊어냈고 결과물이 오늘의 모습인 것이다.


집권 후 더불어민주당의 단일대오가 더 강화되는 과정도 독특하다. 

그렇다면 단일대오가 흔들릴 기미도 안 보이는 여당의 미래는 계속 밝을 것인가?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어지는 정통성은 더 강화될 것인가?


모든 경쟁과 선거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라 정당 간 경쟁과 선거는 기본적으로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가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비교적 비문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재인의 친문세력들이 꼽는 대권후보를 꺾는 그림은 잘 안 그려진다. 


하지만 ‘Keep going(지금 이대로)’으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전례는 극히 드물다. 국내에선 없다. 


현재 여권 내 비주류의 부재는 새로움, 역동성, 복원력 저하와 연결된다. 안희정의 탈락 이후 방향이야 어떻든 ‘다름’으로는 한 몫 하는 이재명은 납작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부겸도 말할 것도 없다. 이낙연이 여권 차기 후보군에선 안정감에 힘입어 안정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낙연의 안정감은 충직함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것만은 아니다.


이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다음 정권이 들어선 후 동시다발적 반발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권창출 과정에 있다. 성향이 맞지 않는 인물이 차기 주자로 떠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노태우와 이명박은 대세에 따랐다. 김영삼과 이회창은 불화를 거듭했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그 속에는 김대중에 대한 신뢰(김영삼)와 IMF국면에서 강한 차별화의 불가피성(이회창)이 깔려 있었다. 노무현과 정동영의 관계는 어느 모로 보나 최악이었고 박근혜의 경우 자기 손으로 차기 주자들을 솎아 내버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친문세력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그의 움직임을 ‘친문 띄우기’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재명 등 비주류를 포함한 차기의 판 자체를 키우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인위적 인큐베이팅’이 성공한 사례도 드물다. 

누가 ‘퍼스트 펭귄’이 될 것인가


어느 조직이건, 특히 정당은 위기나 수세에 처하면 강력한 리더십과 구심력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필요하다. 하지만 변화, 혁신, 재생산을 통해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강한 비주류, 나아가 비주류와 주류의 역할 교대를 통해 대중의 변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제 여야 양측 모두 이런 고민이 시작될 때가 됐다. 특히 여당이 그렇다. 물론 이 고민을 실행으로 먼저 연결시키는 인물은 크게 다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퍼스트 정치인이 있어야  무리가 움직이기 마련이다. 


여당에선 친문이 쳐놓은 그물에 걸리면 다같이 죽는다.


조대형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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