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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로서, 갖는 색소폰 연주에 대한 단상
  • 편집국
  • 등록 2021-01-13 22: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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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불운한 음악인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연주의 평가는 음악하는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잠재의식까지를 탐색하고 거기서 뭔가 이야기를 풀어낸다. 연주하는 음색보다는 노랫말에서 갖게 되는 서정적 의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주하는 사람의 현실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작은 존재를 가지고 그 안에서 뭔가를 찾아야 한다. 겨자씨만 한 촉매가 오래오래 조금씩 자라나기도 하고 갑자기 화약이 터지듯이 불붙기도 하고…. 그 작은 것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 모든 직업 중에 음악인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을 해볼 때도 있었다. 

언젠가 난 음악인들은 ‘이마로 바위를 가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심장을 꿰뚫고 끊임없이 생각이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주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갈구를 품어서 부풀리고 강하게 만들고 그 안에 어떤 질서 있는 보편성을 배합해서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그 나이에?’라고 할 수 있겠으나, 누군가의 그 마음을 찾아본다면 제 안에도 그게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인은 다른 사람과 자기의 마음에서 뭔가를 끄집어내서 실오라기를 철사로, 철사를 강철로, 통틀어 인간적인 말로 감정에서 솟아나는 연주를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과분한 대접을 받아 왔다. 충분히 호강했다. 학자로서 교육계에서 반생의 삶을 살아 왔고, 색소폰 연주는 매니아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음악연주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불운한 음악인들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들의 생활 터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르트르가 그런 말을 했다. ‘지는 것으로 이기는 자가 예술가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음악인들은 사르트르보다 훨씬 더 실존적인 철학가다. 

예술은 거짓말로 참말을 하는 것이다. 기교로, 예술적 장치로 거짓말을 하니까. 

 

그런데 피카소가 ‘정치가는 거짓을 위해 참을 말하고, 예술가는 참을 위해서 거짓을 이야기한다’고 했더라. 제가 혼자 고민해서 찾은 것인 줄 알았는데, 이미 말한 사람들이 있으니 저의 깊이가 아무것도 아니로구나, 되돌아보며 좀 철이 들었다.

특히 최근엔 내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색소폰의 기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색소폰(Saxophone, Sax)은 클라리넷과 같이 하나의 리드가 들어있는 취구를 사용하는 목관악기이다. 몸통은 대개 황동으로 되어있다. 

1840년대 초에 아돌프 삭스가 발명하였으며, 1846년 음역에 따라 나눈 일곱 종류의 색소폰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특허 등록하였다. 음역에 따라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색소폰이 있다. 이 가운데 기본음의 높이가 B♭인 소프라노 색소폰과 E♭인 소프라니노 색소폰은 군악대를 위해 고안된 것이다.


색소폰은 군악대의 연주뿐 아니라 대중 음악이나 재즈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간혹 오케스트라에서도 사용된다. 알토 색소폰과 테너 색소폰은 운지법이 같으며, 관의 크기가 알토보다 굵고 긴 테너가 연주할 때 더 많은 숨을 요구한다.



색소폰은 1840년대 초 파리시에서 활동하던 벨기에 출신의 악기 제조인이자 스스로가 플루트와 클라리넷 연주자이였던 아돌프 삭스에 의해 발명되었다. 

삭스는 브뤼셀에 있던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할 때부터 군악대에서 사용될 클라리넷과 금관악기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음색을 가진 악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는 또한 클라리넷과 비슷하나 한 옥타브 올려불기가 가능한 악기를 만들려 하였다. 한 옥타브 올려불기란 클라리넷의 12음 올려불기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클라리넷은 직관형에 폐관형 구조로 인해 11번째 음까지 동일 선상에서 연주하고 12번째 음부터 옥타브키를 눌러 다음 음역으로 넘어간다. 


그러므로 옥타브 키 운지여부시 1.5옥타브 높은 음이 남으로 괴리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색소폰 등의 원뿔형 악기들은 옥타브키를 누를시 정확히 1옥타브 위의 소리가 난다. 즉 그가 시도하려는 것은 동일한 운지법으로 한 옥타브를 올려 부는 것이 가능한 악기였던 것이다. 삭스는 당시 유행하던 한 개의 리드가 달린 취구를 사용하는 오피클라이드와 같은 모양을 상상하였다. 그의 이러한 상상과 시도는 결국 색소폰으로 실현되었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출현된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내 나름의 여정을 아름답게 간구하고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동안 저와 해했던 색소폰 연주는 마치 불꽃놀이와도 같았다. 연주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화려했다. 비전공자임에도 한 번의 정기연주를 위해 몇 달간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열정도 갖고 있었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며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만약 필자가 색소폰 연주를 소리의 예술이 아니라 공연의 예술로 접근한다면 공연에서 맞닥뜨린 어떤 요인을 음악 외적인 것으로 분리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 수많은 요인을 하나하나 음악적 대상으로 불러낸 것일 테다. 그 어수선하고도 다뤄내기 까다로운 ‘무대 위의 연주’에 관한 이야기를 공연 전체에 관한 이야기로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나의 서푼 정도 되는 연주를 하다 보면 음악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더욱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연주’라는 사건의 정체는 무엇이고 나는 거기서 어떤 음악적 순간을 즐기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며 공연의 여러 결을 촘촘히 드러낸 연주를 하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접하기 드문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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