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판례로 보는 인간사
  • 편집국
  • 등록 2021-01-19 15:37:18
  • 수정 2021-01-19 15:44:58

기사수정

판례로 보는 인간사

 

<필자> 법학박사 김명엽(한국법제발전연구소 안전법제연구실장)


바람 한 번 잘못 피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모 방송국의 바람피다 걸리면 죽는다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들 중 아내에게는 사주지 않는 명품가방을 사주거나 아예 재산까지 넘겨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바람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불륜관계는 영원할 수가 없다. 여기 바람을 피운 결과 재산을 불룬녀에게 넘겨주고, 그 재산을 불륜녀가 경매로 넘겨버려 재산도 날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부인과 이혼까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유부남인 A는 아내 몰래 유부녀인 B녀를 4년 정도 만나면서아내와 이혼을 생각했다그런데 자신의 아내에게 줄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생각하니 아까워서일까? A는 B녀 앞으로 실제 채권채무 관계도 없이 자신의 강화도 밭과 땅에 명목상의 근저당권설정등기만을 해주면서 채권최고액 1억 5천만 원채무자는 A, 근저당권자는 채권자인 B녀로 하였다.

 

그런데 B녀는 자신의 채권자인 C녀에게 채권양도를 원인으로 해서 근저당권을 이전해주고 만다그러자 C가 강화도 땅을 경매로 넘겨버리는 바람에, A는 강화도 땅을 빼앗기게 된다.

 

자신의 강화도 땅을 잃은 A는 B녀에게 자신의 땅을 내놓으라고 하자오히려 B녀는 A에게 자신에게 더 갚아야 할 돈이 있다면서버티다가 결국은 A와 편의상 강화도 땅에 1억 5천만 원(채권최고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고, 4년 후에 경매로 넘어간 강화도 땅을 매입해서 A에게 다시 넘겨주겠다고 각서를 써주면서 지장을 찍었다

 

하지만 강화도 땅을 다시 매입해서 A에게 넘겨주기가 싫었던 B녀는 자신의 소유하고 있던 땅을 시누이와 채권최고액 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시누이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고, B녀는 A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자신의 땅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만다.

 

이러한 사실을 안 A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B녀와 그녀의 시누이를 상대로 자신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를 제기하기에 이른다이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서 쟁점이 된 사항이다. A는 B녀에게 강화도 땅에 대하여 현재 땅 값이 많이 올랐으므로현재 시가대로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각서내용을 보면 강화도 땅이 경매로 제3자에게 넘어간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따지는 것이 아니고 그 대신 B녀가 강화도 땅을 다시 매입하여 A에게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한 것므로각서대로 강화도 땅을 사서라도 넘겨주든지그게 안되면소유권을 넘겨준다는 약속을 어긴데 대한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그런데 B녀는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B녀의 주장을 보면 A에게 각서를 써 주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강화도 땅에 자신의 명의로 설정되었던 근저당권은 A에 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A가 자신과의 불륜관계를 남편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각서의 작성을 강요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각서를 작성하게 되었으므로그 각서는 무효이고 오히려 A부터 받을 돈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B녀가 소송계속 중에 제3자에게 매도한 부동산은 B녀의 유일한 재산이므로, B녀가 각서대로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하게 종국적으로 밝힌 것이므로 A가 B녀를 상대로 강화도 땅을 다시 매입해서 소유권을 A에게 넘겨주지 않은데 대하여각서의 내용대로 이행기인 4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미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즉 대법원은 입장에서는 B녀가 재산을 빼돌렸으므로약속한 땅을 되돌려받기는 어렵게 되었고돌려받지 못하는 땅을 대신해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B녀의 땅에 대한 매매계약이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한편 B녀는 그녀의 주장대로 강요된 각서는 무효이고, A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점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이 판례에 나타난 사례처럼 우리는 각서’, ‘합의서’ 라는 이름으로 서로간에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화해계약을 체결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일단 화해계약은 체결이 되면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민법 제733조 본문). 그 이유는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되면 다툼은 해결이 어렵게 된다그러나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취소가 가능하다(민법 제733조 단서).

또한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묻지 않고화해계약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따라서 각서의 내용을 보면 화해계약으로서 A는 B녀에게 강화도 땅에 대한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고그 땅을 다시 매입해서 A에게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각서는 당사자가 쓰고내용을 분명히 하는 것도 좋지만공증을 받는 것이 나중에 소송에서 증거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는 불륜의 대가로 자신의 땅을 잃고그 땅을 되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소송비용 등 불륜의 마지막은 잃은 것 밖에 없다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라는 말을 다들 알고 있지만불륜의 순간에는 그런 말이 들어오지 않는다현실에서 불륜은 수 많은 문학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것처럼 순수하게 포장되거나아름다운 것이 아니다불륜의 끈은 돈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나그 돈 때문에 불륜의 끈이 끊어지고망신 당하기 일수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광고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토뉴스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윤대통령 스승의날 편지
  •  기사 이미지 5.11용산 부정선거 수사 촉구집회
  •  기사 이미지 윤석열 정부 2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 주최 윤상현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공감
최신뉴스더보기
우이신설문화예술철도
인기 콘텐츠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