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칼럼>공수처의 시간, 헌재(憲裁)의 시간
  • 편집국
  • 등록 2021-01-21 20:52:21
  • 수정 2021-01-21 20:55:09

기사수정

<필자>신봉기 교수(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공수처의 시간헌재(憲裁)의 시간

 


공수처의 출범이 목전에 있다. 야당의 큰 반발 없이 인사청문회를 거친 것도 의외지만, 청문보고서를 받자마자 즉각 공수처장 임명장을 수여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도 의외다.

 

김진욱 초대 처장은 과연 어떻게 첫발을 내디딜까임명장을 주며 대통령은 함박웃음을 보였다공수처 수사대상에는 대통령·국무위원 등 열일곱 개 유형의 고위공직자와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포함되어 있지만누가 뭐라 해도 핵심 대상은 판사와 검사다나의 사후를 잘 보장해 주기를 바라는 애정어린 마음으로 김처장과 눈을 맞췄을 게다그 눈빛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도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도 저랬을 것이다.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이고 중임은 불가능하다이제 차장과 공수처검사(검찰청법상의 검사가 아니다)공수처수사관과 직원을 임명하는 절차가 뒤를 잇게 된다.

기자가 물었다1호 수사대상이 누가 될 것인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했다.

공수처장으로서 첫 소감을 물었다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공수처검사 수사관 등 인선에 2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다. 2개월은 긴 시간이라고 했다.

너무 조급하게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적어도 난 공수처 제1호 수사대상이 아직 미정이라는 말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으로 판단했다윤석열 검찰총장이라 할 것인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라 할 것인가아니면 요즈음 약간 삐딱한 한수원 사장이라 할 것인가그렇다고 대통령이라 할 것인가.

김처장이 검찰청에서 현직 검사들 파견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민변을 중심으로 재야 변호사들이 대거 입성할 것이고현직 검사들 중에는 이미 예상했던 진혜원·임은정 등 정치검사로 불리는 몇몇이 자원하지 않을까 여겨진다이제까지 보여준 것 같이 상관들 코밑에서 그동안 쌓인 불만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은 너무나 우려스럽다개인적으로는 고위공직자들의 부패 척결의 필요성을 긍정하며 그 필요성에 공감했었지만지금의 공수처법은 내가 바래왔던 그것과는 전혀 딴판이다법제만으로 보면 지금의 공수처는 정권수호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공수처 견제 기관은 헌법재판소 뿐이다신임 김처장도 당초의 공수처법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변칙 통과를 강행한 그간의 과정을 잘 알 것이고변칙 개정으로 강행된 공수처의 주된 수사대상이 헌법재판관·대법관 등을 포함한 판사·검사인 것을 감지한 이후 법원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알 것이다헌재 재판관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수처법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관들의 손에 있을 때까지는 김처장과 헌재간의 힘겨루기와 긴장관계가 이어질 것이다공수처가 강하게 수사의지를 보이고 그 칼날의 끝이 대법관·헌법재판관과 판사·검사들을 향한다면헌재는 곧바로 '위헌'이라는 헌법의 망치를 두드려 공수처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헌재는 공수처법 사건에 대한 위헌 여부 결정을 너무 신속하게 해서는 안된다마지막 남은 수비수(守備手)의 날 선 검()’이다.

 

김처장이 이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Ex-헌재맨인 나같은 사람도 느낄 지경인데 말이다김처장은 수사권 행사의 적극성에 관한 한 더욱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다아마 헌법재판소장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신속한 결론을 내어줄 것을 완곡히 요청할 것이지만 유남석 소장은 의례적인 미소로 답을 하고 배웅할 것이다.

헌재는 공수처법에 대한 심리와 선고를 미룰 가능성이 높다공수처가 문정부 비호 정치 기구로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면 가차 없이 위헌 결정으로 답할 가능성이 높다정권 말기의 신생 초권력 기구에 대해서는 헌법의 잣대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고 또 편향적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헌법의 가치기준에 따라 임명권자의 영향권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만 한다.

 

헌재는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은 공수처에 대한 견제기관이다무소불위의 공수처에 대한 견제기구가 없다는 것도 위헌적이지만그나마 지금 헌재가 잠정적인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이다헌재는 섯불리 선고(宣告)의 칼을 꺼내들지 않아야 한다선고만으로 헌재도 대법원도 모두 끝이기 때문이다선한 표정으로 간청하다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뒤돌아서며 보여주는 그 섬뜩한 악마의 미소를 상상해 보라.

 

적어도 이러한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김처장은 오히려 더 권한 행사를 자제할 것이다이런 생각을 읽지 못한 여권의 어중이떠중이 하수인들은 끊임없이 김처장에게 요구할 것이다이제 당신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여기저기서 짖어댈 것이나그들 스스로가 수사대상이기에 김처장의 눈초리에 오금이 저리는 때가 올 것이다. “그 입 닥쳐!” 그런 눈빛 하나만으로 정치판이 급냉할 가능성도 있다어쩌면 현정부 들어 무너진 법치를 되살리는 역할을 자처할 수도 있다임명권자의 간절한 눈빛은 고려대상도 되지 않는다.

 

이제야말로 헌재(憲裁)의 시간이다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헌법재판관들에게 응원을 해야 할 때다.

광고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토뉴스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윤대통령 스승의날 편지
  •  기사 이미지 5.11용산 부정선거 수사 촉구집회
  •  기사 이미지 윤석열 정부 2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 주최 윤상현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공감
최신뉴스더보기
우이신설문화예술철도
인기 콘텐츠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