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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논단 / 진보정치, 정의당의 퇴색
  • 편집국
  • 등록 2022-01-14 06: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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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정권의 시대착오를 바로잡는 혁신정치만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천봉 석종현논단 / 진보정치, 정의당의 퇴색 

진보정권의 시대착오를 바로잡는 혁신정치만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심상정의 정의당은 문재인 정권에게 속았다. 그는 탄핵당한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불통이었다. 문재인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거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했다. 눈이 밝고 유능한 지도자가 5년을 책임졌다면 21세기의 큰 축복을 누렸을 것이다.

저 낡은 서가(書架) 한 구석에 꽂혀 있는 철 지난 운동권 서적의 박제된 이론, 생경해진 이념이 구중궁궐 제왕적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 현실의 엄중함을 망각한 지도자의 자폐적 세계관은 시대와의 불화를 의미한다. 경제력과 기술력, 국방력이 동시에 세계 10위 이내에 들고, K콘텐트가 세계를 흔들어 놓은 선진국임에도 이 나라는 비상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구실로 광장을 봉쇄하지 않았다면 민초들이 청와대를 향해 성난 함성을 토해냈을 것이다. 오래 탄압을 받아서였을까. 정권을 잡았지만 여전히 “적에게 포위된 요새에 갇혀 있다”는 진보의 강박(強迫)은 사라지지 않았다. 화자(話者)가 내 편이 아니면 옳은 얘기에도 귀를 닫았다. 과거 정권 인사는 ‘적폐’로 내몰았다. 통합과 협치를 요구한 민심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탈선한 소득주도 성장과 비현실적인 탈원전, 인간의 소유욕을 죄악시한 부동산 정책은 F학점이다. 북한과의 종전선언에 무리하게 올인했다. 중국에 기울고,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후퇴시킨 외교안보 정책도 실망스럽다. 임기말 알박기 보은 인사까지 했다. 꼭 그래야 했을까.

 

그래서 다수는 심상정의 정의당을 지지함으로서 민심이 천심(天心)이 되는 시대가 열리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정의당은 민심을 읽지 못했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진보정권의 시대착오를 바로잡는 혁신정치만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공산주의 국가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너 친일파야?”라는 한마디로 보수를 제압하고 권력을 유지했던 사이비 혁신의 타성이 심상정의 발목을 잡았다. 게으른 무임승차자(free rider)는 한 번쯤 죽었다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없다. ‘포위된 요새론’을 경전(經典) 삼아 목숨 걸고 싸우면서 자기 진영의 부조리와 악행에 눈감는 사이비 진보의 결기는 그만큼 강력하다.

하여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 지도부를 포함해 모든 연락을 끊고, 칩거 중이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당은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우선 기존의 선대위를 해산하고, 심 후보가 고민 끝에 가져올 답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차단했다.숙고의 이유는 단 한 줄,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였다.

심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줄곧 하락세, 3%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대선 득표율, 6.17%의 절반 수준인데, 우선, 이런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낮은 지지율뿐 아니라, 정의당이 대안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고민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면 다른 정당보다 한발 앞서곤 했던 정의당의 정책은 이번엔 주 4일제를 빼고는 예전 공약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정의당은 대책 회의 끝에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선대위를 해체하고, 선대위원들이 일괄 사퇴했다. 일부에선 심 후보 거취 문제까지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심 후보 본인이 대선 후보를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다며, 정의당은 사퇴설에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공정과 평등이라는 진보정당의 핵심 가치가 국민들에게 의심받고 있다. 

사실 청년세대의 공정성 감각은 진보가 지켜온 감각과 다르다. 경쟁 속에서 나고 자란 청년세대에게 공정함의 요체는 경쟁 규칙의 공정함이다. 청년들도 비정규직이 만연한 불평등 세상에 분노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일한 경쟁 절차 없는 정규직 전환은 더 불공정한 처사라고 믿는다. 경쟁 절차 자체의 계급적 폭력성을 비판해온 진보정치가 사실 청년세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진보정당에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선거제도 개혁의 성사가 가장 큰 관건이지만, 집권여당의 퇴행적 행보에 대한 불만과 이재명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민심 사이에서 정의당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막말과 혐오를 일삼으며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심지어 한-일 갈등이 격화되는 국면에서조차 같은 야당 때리기에 골몰하는 정의당의 행태는 진보층에서도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진보정치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진보 없는 진보정당을 평생의 경쟁자이자 영혼의 벗 사이비들이 이끈다. 심상정 후보와 그의 동지들이 걸어갈 새로운 비행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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