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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서사, 극적이지만 미학이 없다. 비겁했다. 권력에 집착하면서 초연한 척하고, 남의 피를 빨면서 착한 척했다.
  • 편집국
  • 등록 2022-03-10 06:43:12
  • 수정 2022-03-10 06: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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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보복의 악순환, 문재인을 처단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종결하자

      조대형 대기자 


 대한민국 대통령이 극한 직업이라는 이야기는 들을수록 블랙 유머라기보다 사실에 가깝게 느껴진다. 초대 대통령이 추방 아닌 추방으로 이국에서 생을 마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1명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4명이 적게는 징역 17년, 많게는 무기징역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두 명의 대통령은 얼마 해보지도 못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반란 군인에게 쫓겨났다.

말년이 불행하다 못해 참혹해 역사에 트라우마로 남은 것은 부하에게 살해된 박정희와 검찰 수사로 번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적어도 본인이 이런 혹독한 수난을 겪지 않은 경우는 김영삼, 김대중뿐이었다. 퇴임 뒤 외교 사절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강연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먼 나라 전직 대통령들과는 비교할 것도 없는 비정상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단죄를 뭉뚱그려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독재 통치나 쿠데타의 죗값은 물어야 마땅하고, 국정농단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이라고 피해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은 군사 독재를 벗어나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지 30년인 우리 정치가 이제는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적 증오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바람 때문이다.노무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진영 논리가 더 커진 측면이 있지만 이런 후진적인 정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적지 않았다. 권력구조 개편 같은 구조 개혁보다 이 같은 정치 문화 개선이 우리 정치에 더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많은 범죄를 저질렀다며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그를 위해 많은 이들의 눈에 부적절한 측근 기용으로 비치는 인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측근을 심지어 "독립운동하듯 해 온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시의 윤석열 후보는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은 다르다는 논리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열린 뒤였다.

'정치 보복이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73.2%가 "그렇다"고 답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다들 정치 보복이 멈추기를 원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윤 후보는 안타깝게도 그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고 말았다.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의 의미는 물론 다르다. 문제는 현실 정치에서 그 경계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적폐 청산으로 여기는 일을 다른 누군가는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인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탄핵'이라는 사법적 인증을 얻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피로감이 쌓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훗날 역사가 규정할 문 대통령의 시대는 명확하다. 숙청과 역병의 시대다. 조선 최대 숙청 사건인 갑자사화 때 239명이 유배형 이상의 화를 당했다.(김범 ‘연산군, 그 인간과 시대의 내면’) 문 대통령 적폐 수사로 구속 또는 기소 이상의 화를 당한 사람이 그 정도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적폐 몰이로 직장에서 내쫓겨 삶의 기반을 잃었다. 인격 살인을 당했다. 

형벌의 경중은 크게 다르지만 사회에 미친 충격은 비슷할 것이다. 갑자사화를 일으킨 폭군은 자신의 주변에 고인 원한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공허에 미쳐 돌아가다가 폭정의 임계점을 넘어버렸다. 형벌이 과하면 폭군도 불안을 느낀다. 이 시대의 대통령은 오죽할까. 경직된 얼굴 뒤에 숨은 내면의 불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어떻게 자신의 안락만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

구시대 청산이 필요한 시대가 있다. 문 대통령의 5년이 그런 시대였다고 본다. 보복과 처벌을 절제하고 용서를 앞세웠다면 역사의 전환점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직전 대통령 2명이 처벌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사법부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지난 정권의 사법 농단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이것을 “촛불 정신”이라고 했다. 이 말에 전직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 14명이 기소됐고 현직 판사 66명이 비위 행위자로 찍혀 대법원에 통보됐다.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지나온 삶과 명예를 잃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처지를 돌아본 일이 없다. 10년 전 사건까지 끄집어내 “검경이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했다. 공소시효를 무시하라고 했다. 문 정부는 불법 수사도 저질렀다. 폭군의 집착과 무엇이 다른가. 그의 정치에선 지도자의 기본 덕목인 인(仁)을 발견할 수 없다. 측은과 자비가 없다. 수사를 위한 수사, 숙청을 위한 숙청만 존재했을 뿐이다.

“촛불 정신”을 말할 때 문 대통령은 기세등등했다. 그런 대통령이 2020년 5월 어느 날 입술이 부르튼 얼굴로 공식 석상에 나왔다. 그 즈음 청와대 주변에선 대통령이 밤마다 ‘혼술’을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역사적으로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동서고금 모든 권력자의 심리를 관통한다. 왕좌에 오른 맥베스가 두려움에 헛것을 보기 시작한 때는 자신의 왕좌를 가져갈 운명인 뱅쿼의 아들을 죽이지 못했을 때였다. 암살에 실패한 삼류 자객을 붙들고 “이제 의심과 공포에 갇혀 살게 됐다”고 절규한다. 맥베스를 의심과 공포에 가둔 것은 자신이 원치 않는 미래 권력의 탄생이었다. 내가 키운 장수가 나의 측근과 비리를 향해 칼을 겨누기 시작했을 때, 그런데 그런 그를 많은 국민이 미래 권력으로 받들기 시작했을 때 문 대통령은 무엇을 느꼈을까. 맥베스처럼 삼류 자객 추미애를 붙들고 “내 발작이 도지게 됐다”고 책망했을까.

문재인은 윤석열정부의 개막에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 당신이 잘못한 그대로 달게 받으라. 문 대통령 시대의 종막(終幕)은 비루하고 지루하다.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생존을 위해 매달렸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수사팀을 해체시켰다. 정권에 충성하는 측근을 요직에 앉혔다. 권력 수사 자체를 봉쇄했다.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수사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 친인척이 관련된 이상직 스캔들 등 정권의 비리 의혹을 상식대로 수사했다면 지지율 40%의 모래성은 오래전에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미래를 이월시켰다. 그러면서 자신만을 위한 면죄부를 약속받으려고 하지만, 그것은 안된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정치미학일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은 처단되어야 한다. 문재인의 적폐를 도려내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정치보복은 종결짓자. 문재인 대통령의 서사는 극적이지만 미학이 없다. 비겁하기 때문이다. 권력에 집착했으면서 초연한 척하고, 피를 탐했으면서 착한 척한다. 안락을 갈구하면서 당당한 척하고, 실패했으면서 성공한 척한다. 문 대통령의 5년은 숙청의 시대다. 셰익스피어의 표현을 빌리면 “아라비아의 향수도 그의 손을 향기롭게 할 수 없다.” 화내며 도망치지 말라.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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