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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좌우이념이 저자거리에 궂판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면,
  • 편집국
  • 등록 2022-05-24 08: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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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의 5.18, 노무현 추모식 존대는 정치적 산술일게다


[조대형대기자]


정치산술, 국가 통치에 관한 모든 사항을 수량화하여 추론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서, 17세기 후반 영국의 경제학자 페티가 전개한 이론으로, 뒤에 경제학과 통계학이 성립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정치적 산술에는 “거짓, 기만, 정보의 의도적 왜곡과 조작, 그리고 아예 대놓고 하는 거짓말이 정치적 목적을 이뤄내기 위한 합법적 수단이 되고 말았다. 이제 진실은 정치적 덕목이 더는 아니며,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당한 정치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적개심을 갖고 쓰는데는 그만한 저간의 사정이 있지만, 개괄하여 말하면 이런 것이다.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는 점이고,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추도식을 기점으로 열세에 있는 6·1 지방선거 판세를 맹추격하려 하고 있지만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어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지지율 견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에서, 아! 이건 정치적 산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에둘러 말하고 싶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보수정치의 골간이 양갈보 보지가 되어 가고 있다는 분을 삭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미경 최고위원,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 허은아 수석대변인, 양금희 원내대변인 등이 노 전 대통령을 추도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총리와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참석함으로써 마치 남북간의 소통 이상에 극적 효과를 누렸다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8일여 남겨둔 국민의힘은 민주당 계열 전직 대통령의 추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당의 지지 기반이 중도층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물론 민주당에서도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를 포함해 약 70명의 의원이 대거 집결했고,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물론 문희상 전 국회의장, 이해찬·한명숙·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민주당 원로들도 자리하면서, 최근 정당 지지율이 올해 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하는 민주당은 이날 추도식을 지방선거 전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로 봤지만, 여권에서 5·18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다 참여함으로써 민주당에 득점 포인트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5.18 기념식 당시도 지지율 반등의 분기점으로 기대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99명이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민주당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분석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정치적 수치 게임만으로 보면 윤석열의 정부 여당이 선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거짓말 정치가 팽배하는 것은 현실정치에서는 거짓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거짓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보다 더 설득력있게 들리고 이성에 대한 호소력이 강력하다. 

거짓행동을 하는 쪽은 그걸 보고 있는 이들이 무엇을 듣기 원하는지를 이미 잘 알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행위를 보는 쪽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행동거지를 보기 때문에 기획된 거짓을 신뢰할 만하다고 믿어버리고 만다.

 

한나 아렌트는 <공화국의 위기>에서 국민을 속이는 거짓과 기만이 그 정치공학적 효용성에 빠져 결국에는 공화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의 피해자는 당연히 국민들이다.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기만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한다.

 

 윤석열대통령 집권이후 오늘날 이른바 “탈진실(post-turth)의 시대”라는 말이 호들갑처럼 떠돌고 있지만 진실을 대체한 정치적 기만이 민주주의 사회를 교란시켜온 것은 사실 꽤나 오래된 일이다. 이런 거짓과 위선이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되면 국민들은 진실을 가려낼 능력을 잃고 자기분열적 인식의 포로가 되고 만다. 자신을 착취하는 세력에게 지지를 보낸다거나 자신에게 궁핍을 가져오는 자들을 은인으로 알고 떠받드는 모순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가령 윤석열대통령이 후보 당시의 매우 중요한 요구였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말은 한국사회와 정치에서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부패한 특권카르텔의 핵심축이 시야에서 증발해버렸고 불평등의 교정은 대자본의 독점 구조를 먼저 혁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기본조건으로 해서 만들어진 우리 안에서의 공정”이라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왜곡되고 있다. 대자본은 다시 성역(聖域)이 되었다.

 

필자는 작금의 윤석열대통령의 일거에 대해 “문재인의 실정을 그토록 끔찍하게 미워하면서도 돌아서서는 어떻게 바로 전직 대통령에게 비열하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퇴보 좌파정권의 반민주 국정운영을 증오하면서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이미 벌어진 불공정 비상식의 공천행위에는 도리어 스스로 가담하고 있는 모순을 짚는다. 

 

이렇게 보자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추념도 눈치를 볼 까닭이 없어 보이거니와, 친일파로 낙인 찍힌 사람들도 이제 그만 털어내야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다. 

물론 아직 때가 이르다는 식의 유보론을 말할 것이다. 

개혁정치의 길은 왕조 시대의 요구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별의 능력과 ‘폐정혁파(弊政革罷)의 의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역사를 올바르게 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바로 여기에서 때를 알아보고 기세를 살펴 “시(時)와 세(勢)”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지금은 어떤 때인가, 무엇을 하는 시기인가, 무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각성이다. 이걸 근대적 용어로 “역사의식”이라고 말한다면 <주역(周易)>식으로 풀면 때의 변화의 흐름과 적기(適期)를 알아보는 “시중(時中)”에 대한 각성이다. 달리 말하면 시간이 순차적으로 가는 ‘크로노스(Chronos)’가 아니라 역사의 기습적인 격동이 몰아치는 “카이로스(Kairos)의 때”를 포착하는 능력이자 “혁명의 시간에 돌입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소인배들의 기만과 거짓이 판을 쳤던, 한달여도 지나지 않은 윤석열 귀하의 대통령취임이 벌써 추억으로 아련해지고 있는 건 웬일인가. 

 

저들의 입법 독재로 하여 정치가 비틀거리고 있는 때이다. 난폭하고 무지하며 오만불손한 무뢰한(無賴漢)들이 패거리를 지어 행정부 권력을 찬탈하려는 위태로운 때이다. 

하긴 윤석열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은 '악명 높은(notorious)' 문재인과 추미애라는 가치 중립적이지 않은 표현을 수식어로 굳이 쓰는데 대해 자신의 '악명'을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이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다. 

윤석열대통령이 '문재인 정권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한 뒤, '내 사전에 정치 보복'은 없다고 한 말 말이다. 이 말이 영 께름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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