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나의 고향 사릉 방문기.......친구따라 강남 간 개고기 사슬
  • 편집국
  • 등록 2022-07-25 11:34:28

기사수정
  • 엾디 엾은 여인네들의 속고쟁이 생각이 스믈대기 시작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개고기’ 약발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조대형대기자]


고향(故鄕)은 ‘각 자들이 태어나서 자란 곳’을 말한다. 그런 점에 유의하여 보면 고향은 자신의 태가 버려지고 육신이 성장되어진, 즉 각 자들이 세상에 출현되기전 온전히 보호되어 있던 어머니의 자궁과 일체가 된다. 특히 서정적 의미로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거나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되어 있는 그립기만 하여 정든 곳’도 고향으로 정의된다. 어제 일요일엔 내 육신의 고향 경기도 남양주 사릉엘 찾았다. 나의 아버지 대의 어른들은 이미 고향산천을 뒤로 하고 주검이 된지 오래이지만, 나의 선배, 죽마고우(부랄친구), 후배들이 여전이 지탱하고 있는 터이기도 한 곳인데, 어젠 코로나19가 가로막았던 만남의 장애를 털어내고, 근 2년만의 만남을 갖게 되었다. 나의 고향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 사릉리는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의 무덤 사릉이 있어 지어진 지명이다. 사릉 주변엔 소나무가 아름답게 서 있다. 

 

설왕설래(說往說來)에 의하면 이 소나무는 양무장군의 묘인 준경묘(濬慶墓)가 있는 삼척에서 가져와 심은 금강송이라고 전해지는데, 금강송은 아름드리 곧게 자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희한 한것은 사릉 주변의 소나무는 모두 한곳으로 향하고 있다. 곧게 위로 자란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것은 18살에 홀로 되어 영월에 있는 임을 그리다가 여생을 마친 정순왕후의 심회를 알고 나무들이 단종이 있는 영월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운에 살다간 왕비의 슬픈 사연을 소나무도 알았을까? 그 때문에 1999년 사릉에서 재배된 묘목을 단종의 무덤인 영월 장릉에 옮겨 심어서 단종과 정순왕후가 그간의 그리움을 풀고 애틋한 정을 나누도록 했다. 이 소나무를 사람들은 정령송(精靈松)이라 했다. 죽은 영혼이나마 함께 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나의 고향 사릉은 나의 과거가 있는 곳이며, 정이 든 곳이고, 일정한 형태로 내게 형성된 하나의 세계이다.

 

단종비 정순왕후 능(사릉)


특히 나에게 있어 고향 사릉은 그리움의 대상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그곳엔 추억과 정, 포근함과 다정함, 안타까움과 애틋함 등이 있다. 골목길 따라 고만고만하게 들어서 있는 집들이며, 하루 온종일 지친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뛰놀던 들판이며, 미역감고 물장구치던 개울 등이 아련히 떠오를 때면 가슴이 짠해진다. 대개의 친구들이 고향을 터전하고 있는 터여서 언제든 찾아들면 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혜택도 있거니와, 친구들 왈,“우리들 육신의 부침이 반역과 배반의 터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하여간 어제 내가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역에서 전철을 이용, 상봉역을 경유하여 사릉역에 도착한 시간을 보니 얼추 오전 11시가 되는 듯 했다. 친구들과 약속한 시간이 여유가 있는 까닭에 약속장소까지 걸어 갈 심산이었다. 그래봤자 10분 정도 거리였지만, 내 나이 10대 중반부터 20대 후반에 이르는 근 15년 간을 새벽 5시에 일어나 기차(경춘선 802 열차)를 타고 등교를 하기 위해 걷던 길이 앗아져버려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벅찬 동심에 빠져 걸어가길 천보 정도 옮겼을 무렵, 내 옛 추억을 더듬어 가려는 꿈이 전화 한통화에 의해 무산되어 버렸다. 나의 죽마지우 최유순의 전화였다. ‘차를 갖고 역전으로 데리러 갈테니 걸어서 오지 말라!’ 는 전갈이었다. 아마도 이미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과의 조우를 몇 분이라도 더 앞당기고 싶은 내 친구의 원려(遠慮)인 듯 싶어 과거로의 회귀 실패가 아쉽다는 생각 자체도 내 가슴으로 스며들진 못했다. 나의 친구 이재원, 조순철, 최유순, 백재철, 우상규, 정봉근, 공진수. 김홍복, 최덕규와의 조우는 이렇게 시작했고, 우리 친구들 일행은 쉼터로 이미 예약된 오남리 저수지 주변 자락을 찾아 들었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생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복지경이어서도 그런 생각을 했겠지만. ‘개고기’를 먹자는 생각들이었고,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친구들을 배려하여 ‘닭 백숙’ 을 대체메뉴로 선택했지만, 문제는 근 2년만에 만나는 것이기도 해서 가능한 대화의 소통이 잘되즌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개고기’를 먹어야 할지, ‘닭 백숙’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선택적 고민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사릉은 문종의 부마 영양위 정종 묘소: 단종의 매부이면서 경혜공주의 남편인 정종의 개인 임야였고,단종비 정순왕후가 죽은후,왕실에서 거두지 못하자, 영영위 정종 후손들이 이곳 사릉에 모셔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왔다.


결론하여 말하면, 내가 말하려는 친구들이 앉은 좌석이 ‘개고기 수육’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개고기 식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찬반논란이 팽팽하다. 이름도 보신탕,영양탕,사철탕 등으로 불려지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보양식으로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고기를 먹지 않은지가 20년도 훨씬 더 넘었는데, 어젠 통속하여 말하면, 친구 따라 강남을 간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개고깃 집을 소개한 친구 왈, “목초액을 먹인 국내산 식용 개를 사용하며 최고부위인 배받이살,목살, 갈비살을 직접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게 특징이고, 전골. 개 뼈를12시간 이상 푹 과서 잡 내와 비린 맛을 제거한 육수가 맛의 비법이며, 국물이 진하고 얼큰하면서 먹고 나면 뒤끝이 개운한 것이 특징”이라고 자찬을 하는 것에 현혹되어서이기도 했겠지만. ‘쫄깃쫄깃한 육질이 입안에 짝짝 붙는 그 느낌.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고기에 비할 수 없는 최고의 육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고기를 씹는 즐거움과 부드러운 수육 한 점에 소주 한 잔 쭉 들이키기 시작한 것이 소주 12병을 먹는 힘을 부여해 주었다. 

이리 과음이라고 할것까지야 할 수는 없었지만, 술에 얼큰히 취한 친구들이 있었고, 오남리 저수지를 뒤로 하고 내려오는데, 엾디 엾은 여인네들의 속고쟁이 생각이 스믈대기 시작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개고기’ 약발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냥 기약없이 못내 아쉬운 것을 마음으로 붙들어 놓아야 하는 것인데, 나는 우리들의 고향 사릉의 옆 동네인 금곡으로 나가서 이 같은 좋은 밤에 집으로 그냥 갈 수 없으니 2차로 가서 술 한잔을 계속하자는 것이었다. 우리 친구들을 이 제안을 거부하지 않은 채, 자리를 옮겨, 친구들과 2차가 시작됐다. 

 

우리들은 소줏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를, 철학을, 정치 이야기를 밤 이슥하도록 늘어놓았다. 세상은 허무하다, 우주는 드넓다, 시와 술은 아름답다, 여자는 더 아름다운데 정치는 개판이다 등..... 얘기가 끝이 없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을, 여자를, 인생을 이야기했다.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도 싫지가 않았다.그새 소주가 열 일곱 병이 바닥나고 4천5백원 짜리 ‘엣세’ 담배 6갑이 떨어졌다.

 

그간 자주 못봤지만 이렇게라도 고향 친구들과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다. 소주 한 잔 주고 받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흘렀던 시간만큼 나와 친구들의 인생을 보는 시각도 깊어짐을 느꼈다.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 사람을 선천적으로 좋아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성격이다 보니 금방 친해지지만, 하나의 트라우마를 이고 다닐 정도로 배반의 논리들에 지배를 받아온 터여서 다시금 고향 친구들에 대한 애듯함을 느낀 하루였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다. 더 이상 관계가 끝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지 말고 그래도 곁에서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하다는 것을. 아직은 그들이 있기에 더 헌신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우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본다. 

 

“자기를 알아주는 단 한명의 사람만 있어도 그 인생은 행복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광고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토뉴스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윤석열 정부 2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 주최 윤상현 의원
  •  기사 이미지 6.25전쟁 사진전
  •  기사 이미지 [알림]총선승리를 위한 애국단체연합대회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공감
최신뉴스더보기
우이신설문화예술철도
인기 콘텐츠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