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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대통령, 지지세력 배신하기로 작정했는가
  • 편집국
  • 등록 2022-08-19 08:30:00
  • 수정 2022-08-19 09: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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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쉬울 때 구걸하듯이 표를 받아가놓고 이렇게 뒷통수를 친다면 전 정권 때와 다른 게 없다.”
  • 민심역행 점입가경… 윤핵관도, 이준석도 모두 퇴장해야

 [조대형대기자]


"사람은 언어에 의해서만 사람일 수 있다."언어심리 창시자 슈타인탈(H. Steinthal)의 말이다. 최근 정부여당내의 윤석열대통령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한 속어(俗語)들에 온 나라가 휘말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언어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예컨대 과거 박근혜의 전 대통령의 말 가운데, "대전은요?" 이 말은 간단명료한 한마디로 전체해석을 가능케 했지만, 반면에 '대통령의 언어'와 '길거리의 언어' 사이를 오가는 그의 말에서 얻어진 결과는 혼돈이었다. 필자의 기억을 유추하면 지난 2014년 5월 16일로 기억되어진는 그날, 박근혜대통령은 세월호 유족과 면담에서 '부정부패를 막을 기관을 별도로 설치해 달라'는 유족의 요청에 대한 박근혜 전대통령 답변은 무식의 극치였다. 

 

그 답변은 주술 관계가 맞지 않고, 명사와 같은 뜻의 대명사가 난발하고, 주격조사와 보격조사가 혼재되어 사용된다. 

 

"(...) 그래서 우리 유족 여러분들도 계속 같이 일단 힘을 합쳐서 제가 앞장서고 이걸 계기로 해서 대한민국은 그런 부패나 또는 기강 해이라든가 또는 정말 헌신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될 사람들이 유착이나 이상한 짓하고 이런 것이 끊어지는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드는 것이 정말 그래도 지금 희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하는 우리 부모님, 또 유가족 여러분들의 생각에 저도 전적으로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반드시 해 나갈 것이고요."

 

이같은 박근혜 말의 가장 큰 문제는 앞뒷 말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술관계가 완전히 불일치한다. 놈 촘스키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심층구조(deep structure)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에 지나지 않으니 그렇다치고, 현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여당인사들, 또는 대통령실 관계자들, 이들의 선봉에 있는 윤석열대통령에 이르는 자들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 특히 보수진영을 지지했던 참정권자들은 두 번의 배신을 당했다. 한번은 2017년 문재인의 패거리들에게, 다른 한번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석열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는 작자들에게 배신을 당한 것과 다름 아니다. 

 

필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신임을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접하는 순간, 닷새 전 수해현장 자원봉사 소동이 오버랩됐다.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딱 보니까, 나경원 아니면 바꿀라 그랬지”….

수해현장에서 시시덕댄 발언의 내용 자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상식적으로 그런 자리에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가져야 할 마음상태와 국힘 의원들의 심리상태가 너무 큰 괴리를 보인다는 점이다.

 

권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의원들도 대다수 국민, 특히 여당 지지자들의 평균적인 마음과 현격한 괴리를 드러냈다. 민심 공감은커녕 정반대로 역행한 것이다.비상상황을 외치며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쇼 차원으로라도 환골탈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상식인데 오히려 정반대로 행동한다. 우리 헌정사상 이렇게 지지층을 배신하는 집권당이 또 있었을까.

 

여당 내분의 책임을 물었더니 윤핵관 35%, 대통령 28%, 이준석 대표 22%로 나왔다는 여론조사가 그제 발표됐다(코리아리서치). 민심은 신묘할 만큼 정확히 본질을 반영한다.

사태의 출발은 집권당을 장악하려는 윤핵관들의 욕심이었다. 성상납 의혹, 대선 기간의 무책임한 언행 등 이 대표가 휘발성 장작을 깔아줬지만 멀쩡한 집에 불을 지른 건 윤핵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처음 입문할 당시부터 지켜봤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제3지대론과 조기입당 사이에서 고민을 했지만, 이 대표에 대해선 특별한 반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입당 전 윤 대통령이 혐오했던 유형은 의원을 평생 직업 삼아 쇼나 일삼으며 수십 년간 호위호식해온 터줏대감 정치인들이었다.

 

그러나 윤석열대통령이 이준석 당시 대표와 치맥회동 등 이 대표와의 접촉 이후 입당 날짜가 인터넷 언론에 흘러 다니고, 이 대표와 통화한 내용 일부가 녹취록 형태로 유출되면서 불신이 깊어져 패싱 입당으로 이어졌다.

 

윤핵관들은 그런 대통령의 불신을 등에 업고 이 대표 축출 공작에 돌입했다. 보선 대선 지방선거 등 3연승에 취해 기고만장해진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국회부의장 내정자로서의 품위를 버리고 보선 사흘 뒤 갑자기 총질을 시작했다. 올 1월 6일 밤 윤 대통령이 축출 위기에 있던 이 대표를 포옹했을 당시 ‘윤핵관들은 내심 불만이지만 보선 끝날 때까지만 품고 가자며 물러섰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이 소문을 입증하는 듯한 시그널이었다.

 

장제원 의원은 비서실과 내각 인사 실패의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민들레회 등을 통해 세력화를 기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자신은 빠지고 박수영 의원 등이 앞장섰고, 민들레회는 접는 듯 하더니 최근 다시 친윤 세력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 선출을 위해 소집돼 62명만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아무 사전예고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얄팍한 꼼수이며, 형식적인 손 씻어주기 차원의 재신임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이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안이한 판단력 수준을 보여준다. 권 대표는 동료들이 자신의 낯을 세워주기 위해 형식상 재신임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제라도 자진사퇴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도 이번 사태 과정에서 품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의 언행을 보면 ‘Character Above All’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미국 대통령 10명의 평전을 쓴 작가들이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하는 자질이 뭔가를 찾아본 결과 결론은 바로 품성, 인성(character)이었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영리할 필요가 없다. 영리한 사람은 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품성은 빌려 쓸 수 없다. 용기 품위 강력한 도덕성은 빌릴 수 없다. 이런 것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호영 비대위가 친윤 검찰 출신 인사 등용, 윤핵관 이철규 의원의 예결위 간사 보임 등 시작부터 논란을 자초하며 쇄신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지금 여당 내부가 정상적인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무형의 바위에 짓눌려 있음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윤핵관에게 빚진 게 없다. 그들은 윤석열의 등장 이전엔 존재감도 없던 이들이었다.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멀리하고 민들레회 후속 모임을 해체시키고, 장제원이 심어놓은 사람이라 불리는 정무수석을 경질해야 국힘 의원들이 윤핵관 눈치를 보느라 민심에 역행하는 악순환이 멈출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당시 말한 언어들이 공염불이 됐고 국민들을 상대로 공갈을 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판의 중심엔 경기도의 “제1기 신도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 병사월급 200만원, 여가부 폐지 후퇴 논란 등 윤석열 정부의 공약 후퇴 또는 파기 논란 사례를 야기시킨 것은 표를 구걸하려는 일상의 전략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입싼 방정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20대 남성 표를 얻기 위해 던졌던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그랬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원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 ‘취임 즉시’가 아니라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월급을 인상해 자산형성 프로그램 수익을 포함해 월 20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심성 공약을 했다가 슬그머니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가족부 폐지도 ‘남녀 갈라치기’ 비판 속에서도 윤 대통령이 밀어부쳤던 공약이었지만, 인수위가 발표한 새 정부 국정과제에선 빠졌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여가부의 틀로는 세대·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가부 폐지 의지를 재차 밝히긴 했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해 반대 여론이 큰 상황에서 실질적인 폐지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태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 공약도 대통령실이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에 제2집무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공약 파기라고 하면 과한 것 같고 재조정 정도”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정치권에서 선심성 공약 이행 여부는 오랜 딜레마다. 당선을 위해선 선심성 공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그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야당에 두들겨맞고, 그대로 이행하면 재정 낭비 등 부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면 공약은 지키지 않는 게 오히려 맞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약은 국민과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전문가들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공약도 많았지만, 

“아쉬울 때 구걸하듯이 표를 받아가놓고 이렇게 뒷통수를 친다면 전 정권 때와 다른 게 없다.” 


현재 중도와 보수 성향 국민이 여당에 바라는 것은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 그래서 총선과 다음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달라는 것 뿐이다. 윤핵관과 이준석 모두에게서 등을 돌리는 국민이 많아지는 것은 그들의 행태와 자질로 보아 누가 이전투구에서 이겨도 보수정치의 미래가 어둡다는, 자칫 좌파에 정권을 헌납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민심에 역행하여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 윤핵관도, 이준석 등 모두 정치권에서 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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