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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워지고, 날 사랑하게 하는 것들........ 그로하여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것들
  • 편집국
  • 등록 2022-10-28 10: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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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막한 것들에 대한 서사를 위하여...........

[조대형대기자] 


‘누구를 위한 ‘나’인가. 오늘 나는 문득 이런 잡사스러운 질문으로 나에게 물어본다. 내 여린 아이들을 위한 나?, 내 반려자를 위한 나?,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살아왔으며, 이제부터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 또다시 생각해 본다. 돌이켜 보건대 내가 누구를 위해서 라는 전제에서 산 것 같기도 하고, 또 다시 주변을 살펴 보면 온통 누구에 의해서만, 누군가를 위해서만 살아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나를 위해 산 것이지 무엇이냐고 해버리면, 속이 시원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선명하게 풀려질 것 같지도 않다.’

 

오늘 하루 내가 왜 살아 있고,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허무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면 이 초라한 몸뚱이가 참으로 미워서 못 견딜 지경이다. 도대체 사람이란 것이 무슨 필요로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내가 나를 위해 살았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더욱이 내가 누구를 위해 살았다는 것은 더욱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내가 나도 남도 아닌, 그저 그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자연의 뜻을 받드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면, 여기 산다는 것이 의미를 갖게 된다. 의미를 가지고 산다, 의미가 있게 산다, 그 다함이 없고 끝이 없는 하늘의 뜻을 받들고, 자연의 뜻을 받들어 사는 것이 나의 삶이라고 한다면 나도 정말 살아가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 나도 또 삶을 뜻 없이 허비해 버린 것이 아닌지? 허구한 세월 그저 그렇게 저 푸르른 창공을 더듬어 살아온 것이 아닌지? 살아야 한다는, 정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강요된 숙명일 바에는 이 시간에 굳은 의지를 다시 새롭게 해야 되겠다. 자연의 뜻을 받들어 살아가자고, 꿈을 안고 인생의 기지를 크게 펴보는 것이다.

 

칠흙같이 고요의 적막한 밤이다. 적막이 끝없이 흐르는 깊어가는 밤이다. 시간이 영원에 맞서다가 차마 견디지 못하고 넘어져 버린 고요하고 쓸쓸한 밤이다. 시간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들에게는 이러한 밤을 통해 영원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면 시간은 멈추고,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오로지 순수하게만 생각되는 날이지만, 오늘 이 시간 후에 펼쳐 질 시간마다의 단막극들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들기도 하고, 절연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들도 장치되어 있다.

 

나를 절연케하는 일들은 부지기수여서 고통이 수반되지만, 나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 너무도 감당해 내가 어려운 벅찬 것들도 즐비하다. 어제, 그제 생각했던 것들은 차지하고라도, 불과 조금 전에 느끼고 만끽한 것들 가운데엔 오늘 조선일보 주최, 주관으로 주어지는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어쩌면 나를 미치게도 할 수 있을 사랑같은 것들로부터의 포획됨이다.

 

때문에 이 찰라에 비록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다시 옷깃을 여며 본다. 잠시 끼었다가 사라지는 아침 안개와 같이, 잠시 빛나고 사라지는 아침 이슬과 같이, 순간에 매여 허덕이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내게는 너무나도 힘들고, 허무하다. 땀을 흘리고 애를 태운 일들도 모두 순간만을 위한 것들, 세월과 더불어 무너지고 사라져 버리는 허무한 일들로 아침의 눈뜨는 것이 괴롭다가도 그로 하여금 미치게 될 수도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꾼다. 첫눈에 반한 것들, 첫 만남의 달콤한 기억들, ‘절박함’ 들 말이다. 

 

 

나의 내 삶에서 어떤 것이 가능했고 가능하지 않았나 묻는 한 인간으로서, 어두운 마음으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어둑 어둑 한 것들이 있다. 오늘은 아마도 이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는 문제를 두고 씨름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해야 한 걸음이라도 떼어볼 수 있을까? 나 개인적으로는 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에 나오는 시 ‘기러기’의 한 구절에 큰 힘을 얻었다. “착하지 않아도 돼/ (…)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하면 돼.” 나에게도 사랑하는 것이 없지 않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하는 일....... 지금은 그저 이 말 속에 내 삶이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힘과 시간을 쓴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사는 것은 서툴러도 나로 하여 누군가를 미치도록 하게 하는 것들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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